나는 스쿨버스 운전사입니다 - 빈털터리 소설가와 특별한 아이들의 유쾌한 인생 수업
크레이그 데이비드슨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라이프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버스는 고해성사의 장이었다. 침묵 속에서 비밀을 공유하는 방이었다. 제이크를 버스에 태워 휠체어를 고정한 뒤 가슴에 안전벨트까지 채우면 그때 이야기는 시작될 것이다. 언제나처럼.”

크레이그 데이비드슨은 작가였다’. 한때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으며 책도 여러 권 냈었고. 그런데 사람 인생이라는 게, 한 치 앞을 알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작가였던그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끊임없이 글을 썼다. 언젠가는 당신이 옳았어요, 크레이그.” 라는 말이나, 그의 글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산을 오르고 또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구름이 걷히며 또 다른 산봉우리가 나타나고 우리는 다시 산을 올라야 한다. 가장 큰 두려움은 따로 있었다. 죽어라 목표만 보고 달렸는데 결국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만 드러나면 어쩌지?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답은 절대 알 수 없다.”

그 두려움이 그로 하여금 도서관 사서, ESL 강사, 주택 페인트공 등 여러 직업들을 전전하게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놓칠 수 없었던 글쓰기라는 그의 간절한 희망. 그렇게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작하게 된 스쿨버스 운전사라는 직업을 시작하게 된다. 크레이그는 그의 집과 가장 가까운 412번 노선을 배정받게 되고, 3077번 버스, 그리고 버스에 탑승하는 아이들과 함께 유쾌하고도 감동적인 순간들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크레이그의 버스에 타는 아이들은 총 여섯 명이었는데, 뇌성마비, 자폐증, 취약X증후군, 언어장애 등 다양한 질병들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크레이그는 그들이 처해져 있는 상황을 동정하거나 함께 비관하기보다는 웃고, 떠들고, 함께 장난을 치면서 아이들과 소통을 했다. 장애가 있는 아이로 바라보지 않고 옷을 잘 입는 아이, 말을 아름답게 하는 아이, “먹구름을 보고도 그 뒤에 숨은 태양을 발견하는 아이”, 좋은 섬유유연제 향과 비누 향이 언제나 나는 아이, 항상 웃는 아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아이로 바라보았다.

“1년 동안 버스를 몰며 한 가지를 배웠다. 장애가 웃기다고 생각하는 채로 어른이 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었다.”

크레이그의 담담한 이 문장은, 나의 지난날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 뿐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대우는 이전보다 표면적으로 훨씬 더 나아졌지만, 사실 우리의 고정관념은 물에 고인 채 그대로 썩어가고 있던 것은 아니었는지, 이미 가망이 없을 정도로 문드러져 있는 것은 아닌 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버스를 운전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격스럽기만 했다고 고백하는 스쿨버스 운전기사 크레이그.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와 같은 사람이 있기에 아직까지도 살만 한 세상이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들과의 꿈만 같은 1년의 시간을 통해 밑바닥에 있었던 한 소설가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게 되었고,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크레이그. [나는 스쿨버스 운전자입니다]를 통해서 바라본 세상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갖게 되고 장애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크레이그 덕분에 만나게 된 여섯 아이들이 책을 덮는 이 순간부터가 그리워지는 오늘 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크레이그의 3077번 버스가 유쾌하게 울려퍼지는 모든 순간들의 소중함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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