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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온도 -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명희 지음 / 북로드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신호음이 들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는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자, 여기 네 명의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사랑의 중요성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한 사람은 사람의 중요성을 모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 나머지 한 사람은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상대방을 배려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공통점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그들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유일한 수단은 바로 인터넷 채팅을 통해서였다. 음식 동호회 모임으로, 또 아는 지인의 친구로 겸사겸사 서로 알게 된 네 사람.
호감이 가는 상대를 만났을 때 그들이 취하는 행동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상대방이 내가 아니기 때문에, 또 내가 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오해하고 혼자 속상해하는 일도, 슬퍼하는 일도 잦았다. 질투와 시기심 때문에, 내가 그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간 올라오는 감정에 사로잡혀 올바른 대처를 하지 못해 관계를 비틀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과연 알았을까? 자신이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그 한 번의 행동으로,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있었던 일로, 당사자들은 5년이라는 오해 끝에 관계를 회복했음을 말이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속에 나온 모든 인물들은 사랑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었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혹은 사랑을 넘치도록 받았기 때문에.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사랑에 서툴지만 사랑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절묘한 공감대의 형성을 바라보면서, 하명희 작가가 책 초반에 독자들에게 던진 한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을 즈음에는, 나만의 대답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읽을 때에는, 이 질문 한 가지만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당신은 사랑하며 고독을 견딜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