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프라우]의 주인공 안나는 이러한 사람이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자랐지만 스위스인 남편을 만나 그의 직장 문제로 스위스로 벌써 10여 년 전에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았다. 키는 훤칠하고 잘생긴 남편 브루노와, 무뚝뚝하지만 듬직한 첫째 아들 빅터, 안나가 가장 사랑하는 둘째 아들 찰스와 막내 폴리 진까지. 부족한 것 하나 없어 보이는 그들의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안나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끊임없이 불행하다 느끼며 악몽까지 꾸게 된다. 남편의 요청에 정신과 상담까지 받는 그녀. 안나를 그토록 괴롭히는 것은 무엇일까?
주인공 안나는 꼭 어디선가 본 듯한 인물이었다. 읽는 독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뭔가 묘한 느낌을 풍기는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니, “[안나 카레리나]와 [보바리 부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섞은 작품”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안나 카레리나]의 안나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이름부터 시작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정 간의 불화가 내제한다는 점, 그것으로 인해 주인공이 도덕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표출한다는 것까지 말이다.
안나는 수동적인 사람이었고, 본인도 그것을 알았다.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오는 순간이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남편에게 넘기느라 외국인 신분으로 벌써 10년을 스위스에서 살았지만 그 흔한 통장도 없었을 정도니까.
겉으로 보면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안나였지만, 깊이 파고들면 그녀가 외국인으로서 타지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그 곳에서 매일을 살아간다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고, 믿고 따라온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조차 들지 않는데다, 있는 자녀들은 의지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친구 하나 없이 얼마나 외롭게 살았는지를, 절망에 빠져 살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안나에 대해 안타깝고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녀가 기나긴 방황을 끝내고 한 곳에 정착할 수 있기를, 부디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