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의 주인공 소설가 태권은 줄곧 소설만 써왔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대한민국 상위 1% 중에서도 1%인 남자들만 모인다는 헬라홀 타워의 헬라홀 피트니스 사우나 직원으로 일하게 된다. 갑도, 을도 아닌 병으로 취급받으며 그들의 눈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으로 사우나에서 일하며 점점 소설가가 아닌 사우나 직원으로 동화되는 자신을 바라보며 온갖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사우나를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텨내는 태권.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에 등장하는 1%중의 1% 남자들은 실로 어마어마한 재력과 명예를 겸비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사우나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동네 할아버지 중 하나일 뿐. 노년의 시기에 접어들자 자식들에게 실질적인 권력은 거의 다 빼앗기고 간신히 이름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의 노인들에게 있어서 사우나는 그들이 유일하게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자 나다운 곳 아니었을까?
자기의 것은 악착같이 아끼는 한편, 사우나에서 제공하는 로션은 머리부터 발바닥까지 듬뿍 펴 바르는, 어떻게 보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겠다 싶은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주는 ‘회원님’들. 언제까지나 ‘너와 네 차이는 존재해’ 라는 눈빛으로 태권 등 사우나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따뜻한 인사 하나, 눈빛 한 번 건네지 않고, 심지어는 사우나 안의 내부 시설도 함께 이용하기를 싫어하는 ‘회원님’들.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에 등장하는 회원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옛날 귀족들이 그 신분에 맞는 행동을 하길 요구되었던, 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그 시대와는 달리, 요즘에는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는 말이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 권력을 잡은 자들의 횡포, 논란, 흔히 말하는 ‘갑질’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같은 인간이며 또 하나의 인격체이고,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하대하는 모습들이 소설 속에서 하나 둘씩 눈에 들어왔다. 무시당하면서도 그들의 눈 밖에 날 까 봐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태권의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했다.
왜 제목에 JTBC를 넣었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는데, 저자는 그 이유가 자신이 사우나에서 일할 때 정말로 JTBC를 보는 경우를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아마도 이 JTBC라는 단어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전반적인 분위기와는 반대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온 세상의 을과 병들이 갑에게 하대 받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