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해들러의 죽음은 오스트레일리아 한 작은 마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가정의 가장이 딸을 제외한 온 가족을 죽이고 스스로의 죽음도 자처하게 만든 ‘그 사건’ 수사의 공백이 채워지지 않고 장례식은 거행되었고, 죽은 루크 해들러의 아버지인 제리 해들러는 금융범죄 전문 수사관이자, 아들의 오랜 친구인 에런 포크에게 쪽지를 보낸다. 그들이 열여섯 살일 무렵에 일어난 일로 끝내 오랫동안 몸담았던 마을을 떠나야만 한 에런 포크와 그의 아버지. 에런 포크는 20여 년 만에 루크의 죽음으로 고향 땅을 밟게 된다.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와 마주하며, 친구 루크의 죽음 속에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풀어달라는 해들러 부부의 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에런. 과연 루크 일가의 죽음 속 의문은 무엇이며, 살인자는 누구일까?
[드라이]는 결말을 도저히 예상할 수 없는 소설이었다.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는 아무 연관이 없었고, 또 범인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 범인으로 드러나는 등, 어렴풋이나마 짐작했던 내용들과 사실이 달라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친구의 죽음이라 조사한다기보다는 그 부모님의 간절한 부탁으로 하는 수 없이 돕기 시작한 에런. 그러나 조사할수록 드러나는 친구 루크의 죽음과, 또 그가 열여섯 살 때 있었던 엘리의 죽음의 수상함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진실을 캐내기 위해 애를 쓴다. 자신이 여태까지 사실이라 믿고 있었던 것과 진짜가 다르다면, 과연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 것일까?
루크의 죽음으로 소설이 시작되기 때문에, [드라이] 속의 루크는 대부분 에런의 기억 속에 존재하거나 짧게 등장해서 나는 개인적으로 살아 있는 루크에게 관심이 많이 갔다. 에런에게 좋은 친구로서 기억이 되어주었기 때문에 일가족을 죽이고 자살까지 했다는 것을 믿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부인과 어린 아들을 죽인 파렴치한 인간이라는 딱지를 떼어내는 데 큰 공을 세운 에런과,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준 마을 사람들, 그리고 결국 하늘에서나마 오명을 벗고 밝게 웃을 수 있게 된 루크와 그의 가족들을 만난 시간들이 참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