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모키와 다케하루는 부모님을 한순간에 잃게 된 비운의 형제들이다. 남은 유산으로는 간신히 대학을 갈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에 공부를 잘했던 형 도모키는 대학에 진학했고, 사고를 일삼았던 동생 다케하루는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하지만 안 좋은 일은 한 번에 덮친다고, 도모키가 사회에 나갈 즈음이 되자 불경기로 취업이 힘들게 되었고, 간신히 미나토당이라는 이름의 기업에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만 일이 터지면서 회사 내부에서는 사람을 뽑지 않기로 됐다는 말을 내놓았다.
그 이후로 번번한 직장 하나 갖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떠돌던 도모키는 우연히 한 사람을 만나 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사람은 바로 아와노. 동생 다케하루와 함께 보이스 피싱으로 돈을 벌곤 했는데, 전화를 걸 수 있도록 명부를 갖다 주던 사람은 바로 아와노였다.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그의 음산한 표정과 감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투.
동료들이 체포되던 날도 어김없이 일을 하고 있었던 도모키는, 자신의 상사에게 아와노가 ‘레스트인피스(Rest in peace)’라는 말만 남기고는 전화를 끊자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동생다케하루를 데리고 그 자리를 재빨리 뜬다. 그리고 그 예감은 틀림없이 맞아 떨어지는데, 바로 그 둘이 문을 열고나선 뒤 얼마 되지 않아 경찰들이 들이닥쳐 방 안에 있던 그들의 동료를 모조리 체포해버린 것이다.
그 뒤로 ‘평범하게’ 살아보려 애쓰던 형제에게 홀연히 나타난 존재는 바로 아와노였다. 그는 유괴 사업을 제안하게 되는데, 그들의 표적으로 설정된 사람은 다름 아닌 미나토당의 새로운 사장과 그의 아들이었다. 1억 엔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요구하면서 경찰까지 따돌리려는 수법으로 납치 수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려는 3인조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립맨]이라는 제목은 아와노가 곧 경찰에게 잡힐 동료들에게 ‘레스트인피스(Rest in peace)’라고 언급한 것의 약자를 소리 나는 대로 읽은 것으로, 여기서 립맨은 아와노를 칭한다. 감정이라고는 두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고, 혼자서 경찰의 손아귀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아와노를 계속 바라보고 있자니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아와노는 누구일까?
[립맨] 안에서도 아와노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묘사된 것이라곤 그의 생김새일 뿐. 아와노라는 이름도 가명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어둠의 세계에서 계속 보이는 사람이라 경찰들 사이에서는 ‘립맨’이라고 불린다. 그가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어떻게 그 범죄들을 성공시키는 지, 실패하더라도 혼자 유유히 경찰들을 따돌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립맨]은 놓을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