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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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

출판 다산책방

발매 2017.06.28.

이별이라는 것은 언제나 참 힘든 일이다이별이 죽음으로 연결돼 있으면 더더욱 그렇다그런데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속에 등장하는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 노아의 관계는 좀 특별하다할아버지는 당신의 마지막 날 이전에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그리고 노아를 떠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아한테 뭐라고 하지?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할아버지는 당신의 아들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곤 했지만손자에게는 그 누구에게보다 자애롭고 인자하고 사랑 넘치는 할아버지였다손자 노아를 노아노아라는 애칭으로 부르고원주율 뒷자리 구하는 놀이를 손자와 함께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노아만이 좋아하는 할아버지 표 농담을 들려주길 좋아하고그 누구보다 손자의 학교생활에 관심이 많은 할아버지.

“여기는 내 머릿속이란다, 노아노아. 그런데 하룻밤 새 또 전보다 작아졌구나.”


나날이 작아져가는 자신의 머릿속을 보며 괴로워하는 할아버지자신이 했던 말을 반복하는 것도무엇 때문인지 기억을 못하는 것 모두를 괴로워하며 결국 모든 것을 다 잊을까 두려워한다그럴수록 곁에 있는 손자 노아에게 짧은 시간 내에 자신과 이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 역시 할아버지에게는 큰 슬픔이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노아노아야.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는 기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결국에는 손자를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도 알게 된 할아버지는당신의 마지막 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미리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당신의 머릿속 우주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지고하루하루마다 우주에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는노아가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점점 멀어지고 길어지고 힘들어지는 것이 느껴지는 할아버지그런 할아버지에게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가 머릿속에서 그를 위로한다.

“매일 아침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점점 길어질 거예요. 하지만 내가 당신을 사랑했던 이유는, 당신의 머리가, 당신의 세상이 남들보다 넓었기 때문이에요. 그게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진정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할아버지와 할머니세상이 점점 멀리 떠나가는 할아버지에게 할머니의 이 말은비록 할아버지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불안해하는 할아버지에게 아주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치매에 걸린 사람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그의 감정과 또 그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는 느낌이었다어린 손자 노아에게 설명하는 할아버지이기 때문에 아주 이해하기 쉽고도 적절한 비유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경우도눈물을 머금으면서 책장을 넘겨야 할 때도 많았다.

“어떤 기분이에요?”
“주머니에서 뭔가를 계속 잃어버리는 기분. 처음에는 사소한 걸 잃어버리다가 나중에는 큰 걸 잃어버리지. 열쇠로 시작해서 사람들로 끝나는 거야.”


자의가 아닌 타의로 결정되는 모든 일매일 아침 눈을 뜨면 기억나지 않는 장소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길게 느껴질 때면머릿속 공간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눈으로 바라보고 눈물을 흘릴 때면할아버지의 곁에는 노아가 있었고 어린 손자가 늘 그러하듯소년은 할아버지를 특별한 방법으로 위로했다.

“풍선이 있어도 내가 사라지는 건 막을 수 없을 게다, 노아노아.”
할아버지는 한숨을 쉰다.
“알아요, 하지만 할아버지 생신 때 드릴 거예요. 선물로.”
“아주 쓸모없는 선물 같구나.”
할아버지는 미소를 짓는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걸 들고 계시면 우주로 떠나기 직전에 풍선을 받았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거야말로 최고로 쓸모없는 선물이죠. 우주에서는 풍선이 전혀 아무 쓸모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웃음이 날 거예요.”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하며우주에서 집으로 돌아오실 때 길을 잃어 헤매시지 않도록 길을 함께 걷겠다는 노아를 바라보며새삼 나의 할아버지를 떠올렸다과연 나는노아와도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할아버지가 당신의 우주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몰라 방황하고 헤맬 때 손잡고 한 발짝씩 함께 걸어갈 수 있을까.

결국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더라도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는 존재가 누구에게나 한 명씩 있을 것이다마지막 순간에그것들마저 놓아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노아의 할아버지와 노아의 대화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지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었다.


“노아노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약속해주겠니? 완벽하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떠나서 돌아보지 않겠다고. 네 인생을 살겠다고 말이다. 아직 남아 있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거든.”
“그리고 저를 잊어버릴까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이는 잠깐 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네. 저를 잊어버리면 저하고 다시 친해질 기회가 생기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건 꽤 재미있을 거예요. 제가 친하게 지내기에 제법 괜찮은 사람이거든요.” 
할아버지가 웃음을 터뜨리자 광장이 흔들린다. 
할아버지에게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잠깐!!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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