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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평점 :
보통 ‘아낌없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이어지는 말로는 남김없이 준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측면이 부각되게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령,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도 ‘아낌없이’를 이용해서 밑동이 드러날 때까지 박박 긁어 주는 것을 상상케 하니 말이다. 그런데 피터 스완슨의 신작인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내가 평소에 익히 듣거나 읽어 온 ‘아낌없이’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겼다. 더군다나 아낌없이 주어도 모자란 사랑을, 아낌없이 뺏는다니! 반어법일까, 생각될 정도로 잊히지 않는, 또 잊지 못할 제목 중 하나가 될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제목은 반어법이 아니었다. 책에는 아낌없이 사랑을 뺏는, 이용하는 여자가 등장하고, 또 그런 여자에게 사랑을 빼앗기는,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감정을 가지고 농락당하는 남자가 나온다. 남자의 이름은 조지. 거의 20년 만에 만나게 된 대학 시절의 여자 친구인 리아나이자 오드리, 제인이기도 한 그녀를 자신의 단골 술집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조지는 바로 그녀에게 다가간다. 경찰에게는 추적 대상이자, 2명의 사람을 죽인 혐의를 받고 있는 리아나를 단 한 번도 잊어본 적 없는 조지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리아나는 자신이 어떤 남자에게 쫒기고 있다고 말한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도박으로도 재물을 모은 매클레인의 비서로 일하곤 했었는데, 어느 날 리아나를 해고하자 그에게서 50만 달러를 훔쳐 달아났다는 것이다. 떳떳한 방법으로 모은 돈이 아니라 경찰을 부르지 않을 것은 알았지만, 부자라 50만 달러쯤은 괜찮다고 여겼는데 그녀의 착각이었다. 곧바로 탐정을 고용하고는 그녀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목숨의 위협까지 받은 리아나는 매클레인에게 돈을 돌려주기로 결심했고, 믿기 힘들지만 조지에게 부탁해 45만 달러를 매클레인에게 돌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조지는 그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사랑을 악용하는 리아나. 전에도 2명의 사람을 죽인 적이 있었고, 또 다른 사람을 사칭해서 대학에 다니기도 했지만 조지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를 믿었다. 그 일이 설령 자신을 교도소에 수감되게 할 것이라 해도, 조지는 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리아나가 말한 것과 경찰 측, 그리고 매클레인이 고용한 탐정이 이야기하는 ‘리아나’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가 달라지자 의심을 하기 시작한 조지는, 자신이 매클레인 사망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자 그녀를 찾아 나선다. 리아나가 계속 자신을 찾는 이유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유가 아직도 자신에게 마음이 있어서라고,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간절하게 믿고 싶었던 조지는 결국 그녀에게 당하고 나서야, 바닥을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게 된다. 그녀에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피터 스완슨의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주인공 릴리에게서도, 그의 신작인 [아낌없이 뺏는 사랑]의 리아나에게서도 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릴리라는 인물은 그녀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책장이 넘어 가면 넘어 갈수록 미워할 수 없게 되지만, 리아나는 가면 갈수록 이해할 수 없고 정말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여자라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게 된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캐릭터라고나 해야 할까.
사랑을 이용해서 자신의 목적을 성취한 리아나는 과연 행복했을까? 그녀는 자신의 목적한바-책에는 나오지 않는다―를 이루기 위해서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총 다섯 명의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는 심지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조지의 감정을 이용해서 그가 결국 자신의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만든다. 그녀의 원대한 계획 속에 조지는 단역으로 짧게 출연했을 뿐, 그녀에게 조지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책을 덮고 나니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라는 제목을 읽기 전보다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리아나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그저 목적한 바를 성취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이다. 그래서 ‘아낌없이’ 조지를 이용할 수도, 인정사정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던 것 아닐까 싶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은 열린 결말이다. 리아나를 찾기 위해,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직접 듣기 위해- ‘위장 죽음’인지, ‘죽음’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쨌든 그녀라면 충분히 살아 있을 거라고 조지 뿐 아니라 나도 믿는다―그녀를 찾으러 가는 조지가 멕시코 툴룸의 마야 유적지를 바라보면서 책은 끝이 난다.
피터 스완슨은 이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의 특유인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 [아낌없이 뺏는 사랑]. 너무 짧다고 생각될 정도로 순식간에 끝났는데, 벌써부터 조지가 어떻게 되었을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것 같다. 다 읽고 나면 아쉬워서라도 또 읽고 싶은 책, [아낌없이 뺏는 사랑]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