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장자자.메시 지음, 허유영 옮김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를 만나게 된 건 열 살 무렵이었다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토이스토리 3]을 보게 됐다사실 시리즈물이라 그 전 영화들을 보고 보았으면 훨씬 더 이해가 잘 되었겠지만전편들을 보지 않고 처음 접했기 때문에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그 시절에는 다 누구나 꿈꾸었을 살아있는 인형’, 그러니까 영화에서도 나오다시피 인간이 근처에 있지 않을 때는 자기들끼리 모여 놀다가 사람이 나타나면 무생물인 척 하는 그 내용이 진짜 내 눈 앞에서 비스무리하게 벌어지고 있으니 그저 재미있었을 뿐이었다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는 어린 마음에 큰 소리로 엄마한테 가야지!” 하면서 현관문을 쿵 소리 나게 닫고후다닥 방문에 귀를 대고 인형들이 말 하나안 하나 발을 동동거리면서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인형에게 비밀을 지켜 줄 테니 나에게만 말해 보라고 계속 졸랐던 것도.

[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를 읽는 데 문득 [토이스토리]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가가 쓴 척 하지만 사실은 강아지가 썼다!’ 는 설정 뿐 아니라사람과 대화를 할 줄 아는 존재라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웃겼다소설이라고 하기 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낸 책인 줄 알았는데강아지가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소설가가 쓴 척 하면서’ 풀어낸 게 바로 제목마저 독특한 이 책이다강아지를 키우는 한 사람으로또 누군가의 가족으로 이 책을 접하다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는 부분이 정말 많았다유쾌하면서도 찡한 감동을 선사하는 책.

살면서 스스로 느끼기에도 정말 힘들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하는 생각이 드는 때가 늘 있다즐겁다가도 힘이 쭉 빠지고괴롭고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 바로 그 때에 나는 늘 내가 키우는 말티즈 망고를 쳐다본다내가 괴로워서 머리를 감싸 매고 끙끙거릴 때에도 녀석은 놀자고 장난감을 물고 쪼르르 달려와서 애교를 부리고밤을 샐 때면 침대 중앙을 혼자 차지하고는 코를 골면서 잔다그야말로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거다내가 녀석이었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하는 생각에 종종 사무쳐 놀고먹고 자는 것밖에 모르는 아이를 붙잡고 늘 하소연을 한다. “망고야오늘 하루만 누나로 살아보지 않을래?”

이런 답답한 상황 속에서 소설가인 척하면서 글을 쓴 골든 레트리버 메시는 가족친구우정사랑 따위와 같은설명하기 애매하고 괜히 딴청피우고 싶게 만드는 주제에 대해 나름 철학적인 사고를 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메시가 가족에 대해서 나비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세상 모든 이들이 날마다 마음속으로 자신의 나비를 부르나 보다그러니까 나비들이 너울너울 날아다니는 것이다당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 나비는 당신을 꼭 찾아낸다... 가족이란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그러니 내가 행복해야 상대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다”(123).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나비를 가지고 있다힘들 때외로울 때 늘 한 번씩 마음속으로 부르는 자신만의 나비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젠가 나를 찾게 될 그 나비를 보기 위해또 그 나비를 보려고 마음속으로 나비를 매일매일 외치면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살다 보면 결국 깨닫게 될 것이다.

나비는 멀리 있지 않고 내 주위에 있는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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