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위 리브
엠마뉘엘 피로트 지음, 박명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Today We Live], 직역하면 오늘 우리는 산다.’ 제목만 읽으면 갸우뚱애매모호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 문장이라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을 살 법도 하다그런데 책의 뒤표지에 간단히 요약돼 있는 글을 읽게 되면 탄성을 지르게 될 것이다세계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을 배경으로 한독일군과 어린 유대인 소녀의 이야기니까어디선가 보았을 것 같은 조합인데생각해보니 한 번도 이런 부류의 책은 읽은 기억이 없었다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조합이었다는 거다세계 2차 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독일군의 입장에서나 유대인의 입장혹은 제 3자의 입장으로 사건들을 바라본 이야기는 시중에서 많이 보았지만 독일군과 일곱 살도 채 되지 않은 한 유대인 소녀의 이야기라면 어떨까?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독일은 계속 싸우고 있었지만 이미 패배는 예정돼 있는 것만 같았다연합군의 작전으로 독일은 밀려났고결국 히틀러는 연합군의 무기고를 폭파시키는 작전을 생각해낸다이름하야 그라이프 작전독일 나치의 정예요원들을 미국 군인인 것처럼 위장시키는 것이었다책의 주인공 마티아스도 그들 중 하나였다살인 기계처럼 아무 감정 없이 민간인과 유대인들을 닥치는 대로 죽였고나치의 그물망을 피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유대인들을 수색하러 돌아다녔다그러던 중프랑스의 작은 한 마을에서 유대인 소녀 르네를 만나게 된다.

르네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도망 다녔기 때문에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별로 없다가장 오래된 기억이라고 해 보았자 4살 즈음 되었을 때 보육원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이 독일군들에게 붙잡혀 간 기억뿐이다석탄 더미에 숨어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르네는 그렇게 부모님의 사랑을 알아야 할 나이에 생존법을 배웠고죽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르네의 부모님은 수용소로 잡혀간 뒤 행방불명이 됐고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르네라는 이름이 진짜 자신의 이름인지도 모르며정확한 나이조차 알지 못한다.

다 돌아갔다고 생각했던 독일군이 되돌아와서 마을을 색출하자마을의 신부는 르네를 데리고 급히 도망친다도망가던 길에 우연히 만나게 된 미군 차량신부는 르네를 두 명의 군인이 타고 있었던 차에 태워 목숨을 부지하도록 돕는다그런데 그 차량은 미군으로 위장한 독일군의 차였다르네를 죽이기 위해서 숲길에 차를 세운 독일군들그런데 그 중 하나인 마티아스는 죽음에도 의연한 르네를 보고빨려들어갈 것만 같이 깊고 검은 르네의 눈을 바라보게 된다혼란스러움을 느끼면서 마티아스는 르네 대신 자신의 동료에게 총을 겨누고르네의 목숨을 구한다위장 미군이라는 신분이 발각되는 일을 겪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병사’ 마티아스를 끝까지 믿고 신뢰하는 르네그리고 그런 르네에게서 위안을 얻는 마티아스의 모습 속에서 작가는 이런 소재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동과 뜨거움을 선사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르네라는 소녀에게 참 묘한 매력을 느꼈다어린 나이에 강인하고지혜로우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 같은 행동을 하는 르네한창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밖에서 뛰어놀고 좋은 것만 보아야 할 나이에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 전부터 숨어 다니고본능적으로 독일군이라는 사실을 간파하면서 오직 생존을 위한 배움을 몸으로 습득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모든 것을 체념하고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주었다고 해야 하나. ‘애어른’ 같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르네어떻게 보면 자신에 의해 이러한 고통을 갖고 있는 아이인데마티아스는 르네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마치 마티아스가 아무리 미국인처럼 훈련을 받고 연습을 하더라도 몸에 밴 독일인의 습성이 튀어나와 그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린 것처럼그의 안에 내재돼 있던 이 르네를 만나 그 효과가 발현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마티아스와 르네의 행복한 미래가 더욱 더 기대되는 밤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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