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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한번도 읽어진 적 없는 문장이다
임중효 지음 / 아우룸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살아가면서 힘든 시기를 겪는다. 극복하면 훨씬 더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라고 매달리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요즘 들어 더 빈번하게 ‘현실의 벽’을 느끼곤 한다. 고등학생인 내가 느끼는 정도가 10만큼이라면, 성인이 되어 느끼는 그 벽은 얼마나 더 높을까.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해도 ‘사교육’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자꾸만 느낀다.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학교 측에선 내신, 그러니까 시험 문제는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내는 것이지 학원 강사들이 내는 것이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 하지만 모두에게 1등급을 줄 수는 없으므로 변별력을 키우기 위한 상위 1% 문제로 아이들을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학교 수업에도 충실하고 사교육도 열심히 받은’ 학생들이 1등급을 쓸어간다.
학원 문턱에도 간 적 없지만 늘 손가락 열 개 안에는 속해 있던 나. 그런데 요즘 회의감이 든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일까? 열심히 살아도 그런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기에, 그런 절망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요즘, [너는 한 번도 읽어진 적 없는 문장이다]를 만났다. 제목 자체가 나를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다. 한 번도 읽어진 적 없는 문장, 그러니까 ‘너는 특별하다’는 말을 식상하지 않게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닐까 스스로 생각해 봤다. 제목 하나로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꽤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제목.
책을 읽기 싫어하는 사람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은 ‘굉장히’ 짧다. 여기서 내가 ‘굉장히’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는 정말 ‘굉장히’ 짧기 때문이다. 한 쪽에 길어봤자 100자, A4 용지 두세 줄 밖에 되지 않는 정도의 분량만이 수록돼 있다. 시인 듯 시 아닌 시 같은 책. 짧고 간결하지만 풍성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배경 또한 내용과 연관돼 있는 것 같아 ‘이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하고 가만히 사색에 잠겨 보기도 했다.
각박하고 빠른 세상 속에서 ‘생각하는 시간’을 얼마나 갖지 않았는지 새삼 깨달았고 반성하게 됐다. 짧은 책 한 권을 읽더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받아들이면 좋으련만, 어느 샌가 질보다는 양을 중요시하는 독서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남들보다 좀 느리면 어때, 내 속도에 맞춰서 가면 되지. 나는 있는 그대로 충분히 매력 있는 사람이니까. 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잠들어 있던 내 뇌를 다시금 생각하도록 작동시켜주는 책이었다. 끝으로 가장 심금을 울렸던 문구를 인용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정말 많은 글들이 있었지만 지금 내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골랐다.
그래도 각자
놓여진 삶에 울지 말자
때로는 그것이 노여울지라도
지난 나를 후회하지마
오늘이 마지막회 아니니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