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없어도 함께할 거야 - 삶의 끝에서 엄마가 딸에게 남긴 인생의 말들
헤더 맥매너미 지음, 백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책의 줄거리를 읽는 순간,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져 나왔다. 세상에는 왜 그리 안타까운 사연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지. 왜 그리 착하고 선한 사람들에게 그런 슬픈 일들이 벌어지는 것인 지. 내가 더 원통했고 내가 더 안타까운 마음에 읽는 내내 계속해서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책의 저자이자 평범한 주부, 그리고 아름다운 가족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었던 헤더 맥매너미는 하루아침에 유방암 환자가 된다. 급하게 수술을 해서 암과의 사투는 끝이 나는 듯 했지만, 수술 후 얼마 되지 않아 암이 전이돼 남은 날이 고작 2년 정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딸 브리아나는 이제 겨우 네 살. 헤더 역시 인생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삼십 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 절정의 순간에 헤더는 말기 암 환자가 됐고, 세상과 작별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보통 사람이라면, 나라면, 틀림없이 하늘을 원망하고 이런 일은 왜 하필 나에게 생긴 걸까, 하고 하루하루를 실의에 빠져 지냈을 게 분명하다. 아니면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무기력하게 내 죽을 날을 기다리면서 살지 않았을까? 그런데 헤더가 보여 준 말기암 환자의 모습은 내가 예상했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그녀는 SNS를 통해서 암 환자로서의 생활, 그녀의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올렸고, 많은 사람들이 헤더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고 웃으면서 소통했다. 나도 그렇게 헤더의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되었으니 실로 그녀의 SNS 파급력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헤더는 자신의 딸을 위해, 브리아나를 위해서 편지를 쓰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졸업할 때, 아플 때, 용기가 필요할 때 등,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때에 읽을 수 있도록 상황에 맞는 이야기들로 브리아나에게 편지를 썼고, 그 이야기는 전파를 타고 CNN, ABC News 등에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게 된다.

그녀가 편지를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단 한 가지. “내가 기록을 남기는 궁극적인 목적은 브리아나가 간직하고 싶어 할 만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흔적을 최대한 많이 남겨서, 딸아이가 어려운 시기를 겪을 때 힘을 주는 데 있다(138).” 이 부분을 읽는 데 눈물이 쏟아졌다. 진정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라고 할까. 이것이 진정한 내리사랑 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항암치료로 몸이 망가져 평범한 생활을 없을 지경이어도 딸아이가 자신을 필요로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일어나게 되는 것, 무슨 수를 써서라도 브리아나와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 하는 것. 자신이 브리아나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지 못하고 비록 볼 수는 없어도,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힘을 주기 위함이 그녀가 편지를 쓰게 된 이유라니. 늘 당연하게 생각 했던 엄마의 사랑에 죄송스럽고도 감사한 마음이 솟구쳤다.

헤더를 보는 내내 [내가 살아갈 이유]의 위지안 교수가 생각났다. 그녀 역시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암을 앓게 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남들이 보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책을 덮고 나니 오히려 그들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태도,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오히려 본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 든다. 헤더 역시 위지안처럼 죽음을 덤덤히 맞이했고, 오히려 인생의 마지막을 딸과의 추억으로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매사를 충실하게 살았던 헤더. “신나게 살고, 웃고, 사랑하라고 딸에게 남겼던 말처럼, 우리 역시 헤더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언제나 이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너는 네가 믿는 것보다 더 용감하고, 남이 보는 것보다 더 강하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똑똑해(12).”

헤더의 마지막은 아름다웠고, 그녀가 이 땅에 남기고 간 기록은 실로 위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었다. 브리아나와 같은 예쁜 딸이 있음에, 훌륭한 남편이 있음에,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인생의 마지막까지도 감사로 넘쳤던 헤더의 삶. 헤더가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심금을 울린다. “서른여섯 살에 죽든, 예순여섯이나 아흔여섯 살에 죽든, 온 힘을 다해 경험하지 않은 인생은 언제나 짧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자신만의 희망을 찾아보라.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는 사실만은 절대 잊지 않길 바란다(244).” 늘 감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헤더의 책을 덮으면서 또 다시 그렇게 다짐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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