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고전 공부법 - 니코마코스 윤리학부터 군주론까지 한 권으로 읽는 고전의 정수
쉬번 지음, 강란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왜 인문고전을 읽을까?’ 열 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아마 우물쭈물, 어물어물 말 하다가 콕 마음에 박히는 말은 하지 못할 것이 틀림없다. 얼마 전 불었던 인문학 열풍에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과 관련된 서적들을 구입하고 읽었지만 근본적인 이유, 그러니까 읽어야 하는지를 몰랐다. 나처럼 다른 사람들이 읽으니까 유행에 따라 눈치껏 도서관에서 인문학과 관련된 책 몇 권을 집어든 사람도 혹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역시 읽는지 몰랐고, ‘인문학 열풍이 늦게나마 부는 지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이유는 몰라도 인문학이나 인문고전이라고 적힌 책을 일단 집어 들면 내 수준 역시 한 단계 성장한 것만 같은 느낌이 있어 계속 빌려 나가곤 했다.

왜 인문고전을 읽을까?’ 단순하고 아주 기본적인 질문이지만 쉽사리 답을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부끄럽지만 나도 [인문고전 공부법]을 읽기 전에는 왜 인문학을 그렇게 공부해야 하는 지, 왜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 지 이유를 깨닫지 못했다. 그저 남들 하는 대로, 수동적인 읽기를 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인문고전 공부법]의 저자이자 미국에서 20여 년간 인문교육을 담당한 쉬번 교수는 인문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책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인문교육은 기존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뿐 아니라, 그 지식이 신뢰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신념을 가지도록 가르친다. 즉 일반 지식 교육과 달리,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27).”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감탄시킨 것은 책에 나열된, 내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고전들의 내용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학생들의 고전과 관련된 깊이 있는 대화 내용이었다. 책에서 나오는 이야기 하나로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소포클레스의 [필록테테스]에서는 우정과 의무라는,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하게 되었다.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필록테테스는 트로이 원정 중 독사에게 물렸는데, 극심한 고통으로 밤낮을 울부짖어 결국 버림받고 무인도에서 10년간 홀로 살게 된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 필록테테스를 무인도에 버려두는 데 큰 역할을 한 오디세우스는 필록테테스가 갖고 있는 헤라클레스의 활과 화살이 없으면 트로이 성을 함락시킬 수 없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게 된다. 필록테테스가 자신에게 큰 원한을 품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오디세우스는 네오프톨레모스를 보내 필록테테스와 우정을 쌓게 하고 신뢰를 얻은 다음 활과 화살을 가지고 오라는 명을 내린다. 네오프톨레모스는 고뇌했지만 결국 거짓말로 필록테테스의 신뢰를 얻었고, 그의 활과 살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필록테테스의 진실된 마음이 임무를 보는 네오프톨레모스 시각을 변화시키게 된다. 결국 필록테테스와 오디세우스, 그리고 네오프톨레모스는 함께 트로이 원정에 합류하게 되고 트로이를 함락시키는 데 공을 세운다.

언뜻 보면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대학생들이 나누는 심오한 대화들을 읽고 있노라면 ,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내용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오디세우스는 네오프톨레모스의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인데,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할 사람이 거짓을 강요하는 모습에서 좋은 스승이 아니다고 말 하는 학생도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고뇌하고 거절하는 네오프톨레모스를 결국에는 필록테테스와 거짓 우정을 쌓은 것도 그의 선택이라고 하는 학생과, 오디세우스가 세뇌 시켜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우정의무를 하나 선택하라고 했을 때, 결국 의무를 선택한 네오프톨레모스를 비난하는 학생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고려했을 때, 우정은 의무를 통한 신뢰 그리고 명예와 함께 온다는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네오프톨레모스가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 뿐 아니라, 필록테테스가 네오프톨레모스에게 진정 마음을 열었던 이유는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홀로 살았던 그의 고독과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해 볼 수 있었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이렇게 많은 것을 깨닫고,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뿌듯한 감정이 몰려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인문고전 공부법]을 읽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깊은 생각과 함께 고전의 주인공, 그리고 학생들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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