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손가락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1
김경해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 제목을 읽자마자 갑자기 떠올린 속담 하나제목에 손가락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런 게 분명했다바다맑은 하늘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앉아 있는 두 명의 여자아이(실제로는 엄마와 딸이지만 나는 여자아이 둘이라고 보았다). 겉표지와 같이 활기찬 성장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뒤표지에 적힌 단어들은 활기참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였다. ‘빈곤층 가정’, ‘소녀 가장’, ‘열아홉’ 열아홉그러니까 고3이라 한창 공부하느라 바쁠 나이에 주인공 나래는 빈곤층 가정에서 경제를 책임지게 됐다작가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재능으로 웹 소설 작가가 되었다는 거다로맨스 소설을 쓰는 게 재밌고 좋다는 나래남들이라면 자기 환경을 탓하고 원망할 법도 한데주인공 나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하면서 해 나가고 있다. ‘3이지만대학을 가지 않지만가장이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한 나래를 책 [분홍 손가락]을 통해 그렇게 만났다.

나래도 처음부터 그렇게 못 산 건 아니었다대기업에 다니던 아버지가 명예퇴직을 당하고퇴직금으로 받은 돈으로 시작한 가게가 망했을 무렵 나래는 고3이 되었다물심양면으로 있는 돈 없는 돈 죄다 끌어 모아 뒷바라지 한 오빠는 군대에 있다야자를 다니지 않을 요령으로 등록하게 된 문창과 입시 학원에서는 나래가 쓴 글을 쓰레기라고 표현하면서 문학성도 없고, ‘수준도 낮다고 말한다나래가 줄곧 생각해왔던 소설이라는 것을 제대로 된 글이라고 평가해 주지 않는 것이다.

점점 기우는 가정형편그리고 어려운 형편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입시 학원과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원장의 비판으로 나래는 힘든 시간을 겪는다그러다가 우연히 찾아온 기회친구의 정보에 힘입어 원래 조금씩 쓰고 있었던 로맨스 소설을 부모님 몰래 세상에 공개했고조회 수는 대박을 쳤다필명은 [분홍 손가락]. 그 이후소설이 좋다고 정식 계약 후 연재를 진행하자는 제안을 받을 만큼 나래의 소설은 꽃을 피웠다그렇게 받은 계약금으로 나래는 우울증에 걸린 엄마노동을 하다가 다친 아빠를 데리고 엄마가 보고 싶어 하는 크로아티아의 바다 대신 한국의 바다가 훤히 보이는 콘도로 가족들과 여행을 가자고 한다. “3이지만대학을 가지 않지만가장이 되었지만나는 행복했다.”(179)

솔직히 처음에는 나래의 상황을 보고 나서 되게 불쌍하다고 느꼈다첫째 오빠가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바람에 집안의 모든 것을 챙겼지만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아야 했던 동생이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작가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아 글을 열심히 써도 돌아오는 것은 쓰레기라는 답변 뿐소설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래에게 그들의 소설은 다른 세상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하지만 그런 일들을 통해서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매니저를 자청하면서 도와주는 친구와자신의 천직을 빨리 찾은 것도그리고 무엇보다 할 때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고백하는 나래에게 부러움을 느꼈다.

나래처럼 복 받은 사람도 드물다비록 가정형편이 어렵고 힘들어서 좋은 학원 하나 다니지는 못해도 자신이 재능 있고 관심 있는 분야에 몰두하는 것그것이 나래가 힘든 상황 가운데에서도 보여준 웹 소설 작가에 대한 강한 의지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한다끝이 보이지 않아도절망 속에 살아도 이룰 수 있는 것은 있다고 온 몸으로 표현하는 나래를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벗어 던질 수 있게 만든 계기였다. [분홍 손가락]을 통해 그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어 무척 기뻤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