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가게에서 실습 바텐더로 일하고 있던 무카이는 가게를 자주 찾아오던 오치아이의 제안으로 ‘HEATH’라는 이름의 레스토랑 공동경영자가 되었다. 한 일을 반 년 이상 꾸준히 지속적으로 할 수 없는 성격 탓에 모아둔 돈도 없었지만 오치아이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결국 승낙하고야 만 무카이. 15년 동안 오치아이는 음식을, 무카이는 바텐더로 일을 하면서 꽤 많은 단골들도 보유하는 레스토랑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데는 오치아이의 공이 특히 더 컸다. 두 사람은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친한 친구가 됐고, 무카이는 ‘HEATH’에서 손님으로 만나게 된 가오루라는 여성과 결혼도 했고, 초등학생인 딸 호노카도 두었다. 그렇게 무카이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 평범하지만 행복한 나날들을 누리고 있었다. 그 편지 한 통이 오기 전까지는.

보낸 사람은 [사카모토 노부코]. 받는 사람 앞으로는 무카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누구인지 골똘히 생각하던 무카이는 그 편지 하나로 잊으려고 발버둥 쳤던 15년 전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편지에는 단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누가 교도소에서 출소한 것일까? 왜 출소했다고 무카이에게 연락을 했을까? 그리고 무카이는 그 이름을 보고, 그 편지를 읽고 무얼 두려워 한 것일까? 대체 무카이의 과거가 어땠을까?

책을 잡는 순간, 단 한 번도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무카이가 자궁암 말기 환자였던 노부코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위험에 쫓기던 그가 두 남자에게 잔인하게 죽어간 노부코의 딸을 복수해 주는 대가로 받게 된 성형수술과 새 호적으로 새 삶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데까지의 전개가 펼쳐지는 동안, 그 작은 디테일까지 하나하나 신경을 쓴 작가의 글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무카이는 새 사람이 되었지만 3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은 노부코에게는 가족이 없었을 뿐더러 부탁할 만한 이웃이 없다고 판단한 무카이는 약속을 섣불리 하고 만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는 지킬 것 없었던 사람에서 꼭 지켜야 할 게 있는 사람으로 바뀌게 된다.

[그들은 지금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편지를 받은 뒤에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무카이에게 계속 되는 협박 전화. 상대방은 자신이 억울한 노부코의 혼이라고 주장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똑같은 괴로움을 느끼도록 하겠다고 협박한다. 상대방은 무카이의 일거수일투족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그의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 모든 사실들을 무카이는 자신의 가족에게 털어놓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아내는 애가 탔고, 함께 일하는 오치아이 역시 무카이에게 실망을 표현한다. 하지만 무카이가 털어놓기 시작한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추리소설인 만큼 추리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지만, 무카이가 잠깐 본 흔적 하나하나가 나중에는 모두 다 추리할 때 도움을 주어 계속 책을 뒤적거리면서 읽게 됐다.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또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무카이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그를 응원하기도 했지만 그에게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또 그를 정당하게 교도소에 보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이성과 감성 사이의 싸움을 스스로 중재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정의는 승리한다고, 책에서도 정의로운 이야기로 끝을 맺게 된다.

끊임없는 추리, 그리고 계속되는 전개에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긴 여정을 함께 하고 책을 덮고 나니, 벌써 아쉬움이 몰려온다.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추리세계에 몸을 담고 있으니 또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던 터에 비슷한 추리소설을 또 고르게 됐다. 반전에서 반전으로 휘몰아치는 결말을 우리 모두가 함께 즐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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