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ㅣ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총서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기획, 신현준.이기웅 엮음 / 푸른숲 / 2016년 12월

정말 생소한 단어였다. ‘젠트리피케이션’. 사전의 도움을 받아 알게 된 단어의 뜻은 바로 ‘낙후됐던 지역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책 자체가 학술총서라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구체적인 예와 다양한 사진들로 이해를 도와 생각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책의 중점이 ‘아시아’에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에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다 보니, 책에 나온 대부분의 인물들이나 나라, 도시들이 한국어와 영어로 표기돼 있어서 읽는 내내 단어 공부를 많이 한 듯 한 느낌도 들었다.

책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양에서 시작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에 ‘과연 아시아에서도 이 현상을 찾아볼 수 있을까’하고 궁금증을 품는 모습이 나온다. 이 책이 빛을 보기 전에 나왔던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에서도 볼 수 있지만 서울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볼 수 있다.

급성장하면서 형성된 임대료가 비교적 낮은 낙후된 도시에 젊은 세대들이 몰리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 효과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고, 또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많이 되면서 [아시아,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에서도 예로 든 많은 나라들, 혹은 마을이 직접 두 팔 걷고 나서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주도한 것도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은 대부분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부가 주도해 이루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중국 정부는 <도시재생>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꾀했다. 그 작품인 ‘하늘 아래 첫 번째 거리’라는 첸먼다제를 처음 선보이며 폐허 이전의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했으나 황량하고 인공적인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첸먼다제의 단점을 극복하려 애쓰며 선보인 예술인들의 마을 789 예술구는 참 아이러니한 분위기를 풍겼다. 예술인들의 집단이 정부에게서부터 재개발을 막아두었더니, 땅값과 임대료가 오르면서 가난한 예술인들은 자신들이 지킨 ‘예술인의 마을’에서 떠나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예술인들이 자신들이 지켜 낸 마을을 어쩔 수 없이 떠나는 모습을 볼 때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게 다 그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라니, 젠트리피케이션이 좀 못마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공한 사례도 있었다. 중국 베이징의 789 예술구가 있기 이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민간인들이 주도해 성당 지역을 자신들의 힘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었다. 식민지 시절 세워진 성당 주변으로 늘어서 있던 폐 공장 건물들을 예술인들에게 주어 예술인들의 마을을 탄생시켰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을 만한 마을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써서 참으로 유니크한 지역으로 탈바꿈됐다고 한다. 이 지역을 보고 중국 정부가 789 예술구 지역을 개발하지 않도록 영향을 준 게 틀림없다고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하노이 마을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다.

가장 안타까웠던 곳은 대만의 ‘스다’였다. 우리나라의 홍대와도 같은 곳이라고나 할까. 그 곳에 위치한 전통 있는 사범대로 스다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는데, 대만 정부가 그곳을 관광지로 유치하기 위해 힘을 쓰면서 관광객들이 몰리자 원래 살던 주민들과 새로 들어온 사람들 사이의 잦은 마찰이 일어났다. 원래 있던 가게들은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하는 상황도 이르렀지만, 주민들의 마을을 지키기 위한 신고로 새 가게들이 빠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등은 끝이 난 게 아니라고 한다.

내가 만약에 이 사람들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자신들이 일구어 놓은 일평생의 것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면 어떨까? 민심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서 자신의 마을을 더 좋은 곳으로 개발하는 데에는 아무 이의가 없지만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시행한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싶었다. 그리고 또 자신들이 움직여 낸 결과와, 다른 사람이 시켜 수동적으로 바뀌어진 젠트리피케이션의 효과가 크게 차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무엇이든 능동적으로, 내가 생각해서 움직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부디 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터전을 특별하게 간직하면서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