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온도

감정의 온도 - 지금 당신의 감정은 몇 도인가요?
김병수 지음 / 레드박스 / 2017년 1월

‘감정’ 감정이라는 것의 온도를 잴 수 있을까? 제목 [감정의 온도]를 보고 딱 떠오른 첫 생각이었다. 감정이 메말랐다고도 표현할 수 있을 법한 현대 사회에서, ‘감정을 잃은 사람들’ 중 하나인 내가 이 책을 읽게 돼 참 다행이라고 생각됐다. 모든 감정은 나름의 온도를 지닌다는 사실 자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타오르는 분노는 뜨거울 것이고, 서늘한 배신감은 영하의 온도를, 따뜻한 온도는 훈훈한 감사, 왔다갔다 이상기온은 아마 덥다 춥다를 반복하는 불안을 나타내지 않을까?

작가가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책을 읽기 전에는 뭔가 딱딱하고 학술적인 이야기로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읽을 것 같았는데, 무척 따뜻하고도 공감 가는 이야기들로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참 좋았다. 그가 상담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 등의 이야기로 예를 들어주는데 이해도 돕고 각 장들의 도입 부분을 공감 넘치게 읽을 수 있다는 부분이 참 매력적이었다. 의학적인 진단, 인간미 넘치는 위로, 또 [삶의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주제 아래 실생활에서 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진짜 감정이라는 게 뭘까? 때론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는 변덕쟁이 감정. 의사인 작가도 당사자인 환자가 자신의 심정에 대해 털어놓지 않으면 증상이라든가 병을 치료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알기 힘들고 복잡 미묘한 게 바로 감정이라는 녀석이다. 어른이라고, 아이라고 해서 감정에 대해 잘 알거나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 지를 하나 둘씩 말해 보아야 그 ‘잘 알다가도 모를’ 감정이라는 아이와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책은 그 ‘말하는 방법’을 나에게 일러 주었다.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 진짜 감정을 모르고 살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감정의 온도를 제대로 느껴야지 그에 맞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 갈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것이 아닐까 하는 후회도 잠깐 했다. 하지만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내 감정에 근접해진 느낌이 들어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감정에 솔직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