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은 시계태엽처럼 - 장난감 기획자 타카라코의 사랑과 모험
유즈키 아사코 지음, 윤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일본 도쿄의 아사쿠사에는 로렐라이라는 완구 메이커가 있다점점 아이들의 장난감을 바라보는 시선이 높아지고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어느 새 자극적인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장난감을 대체하기 때문에 새로운 장난감을 내놓아야 하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하지만 또 텔레비전에 만화영화들이 나오고 흥행되는 만화물일수록 관련된 장난감들이 더 많이 개발되는 것도 사실이처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그들이 좋아할 장난감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는 장난감 기획자 타카라코가 [짝사랑은 시계태엽처럼]의 주인공이다.

타카라코는 많은 순정만화에서 흔히 여주인공으로 낙점될 만큼 예쁘장한 외모에 여리여리한 몸매그리고 동심 가득한 옷차림을 하고는 했다일하는 로렐라이 자체가 복장규율이 없고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을 만드는 만큼 자유롭고 편안함과 동시에 활기찬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스물여덟인 나이에도 소녀소녀한 옷을 마음껏 입을 수 있었다그 때문에 타카라코가 일 때문에 만나고 하는 많은 업체들이 타카라코를 십대 소녀로 오해하기도 할 정도니까하지만 반전 매력을 뽐내는 그녀타카라코는 일본 최대의 장난감 회사인 로렐라이에서 지금 한창 텔레비전의 방영을 통해 인기가 치솟고 있는 [마법사의 절친]이라는 만화물에 등장하는 물건들을 직접 장난감화 하곤 했는데로렐라이의 브레인이라고도 불릴 만큼 참신하고도 다양한 아이디어로 많은 장난감들을 히트시켰다입사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 제안한 한 아이디어는 회사 사장의 귀에 들어가 모두의 적극 지지로 장난감화 됐고무척이나 인기 많은 장난감이 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일에는 프로 적인 면모를 갖추고 있지만 또 반대로 사랑에는 엄청난 아마추어다. 5년 동안 로렐라이의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니시지마를 짝사랑하고 있는데타카라코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너무 잘 드러내서 주위 팀원들 모두가 다 알 정도니까그렇지만 표현 하나 못하고 뒤에서 돕기만 할 뿐좀처럼 자기를 드러내는 법이 없다타카라코의 모든 아이디어들의 시발점이 바로 니시지마일 정도로 타카라코는 그를 깊이 애정하고 있었다그 일을 5년 동안 지속해 왔으니 타카라코를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특별히 타카라코의 룸메이트 레나-이 오히려 답답해 죽을 지경일 만큼 타카라코는 자기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그에게 고백한 뒤 그 껄끄러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신이 좋아하고 애정하는 니시지마에게 최근 들어 가장 큰 문제가 생겼다바로 그가 보기 좋아하는 도쿄의 명물 스카이트리가 얼마 전 그가 살고 있는 낡은 맨션에 설치된 저수탱크에 가려져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니시지마는 전에 타카라코에게 스카이트리를 보면 힘이 난다고 말할 정도로 스카이트리를 보면서 기운을 얻곤 했는데 이제 가려져 보이지 않으니 안타깝다고 했다보통 짝사랑하는 여자라면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데 그치겠지만그녀는 누군가면접 때 임원들을 웃겨라는 미션에서 자신이 앉았던 의자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 토미타 타카라코 아닌가!

저수탱크가 세워지기 얼마 전맨션에 살고 있던 한 젊은 여자가 실종되면서 맨션 근처의 보안은 더 강해져 외부인들이 출입하기 꽤나 어렵게 돼 있었다하지만 특유의 붙임성과 아이들과의 놀이로 간단히 들어간 타카라코는 장난감을 이용해 저수탱크까지 갈 수 있었고저수탱크 안에 들어 있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포르말린 풀을 잔뜩 저수탱크에 집어넣어 사체가 썩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누군가를 죽였다면 사체를 없애는 게 보안에 좋지만왜 그런 큰 위험부담을 지고도 사체를 보존하는 것일까?

책을 읽는 내내 느꼈던 건데니시지마는 참 불운 가득한 남자다무슨 일을 하든지 위험에 빠지기 마련이고곤란한 상황이 닥치곤 한다니시지마는 모르는 사이에 목숨의 위협을 당하기도 하고아버지의 유품이라는 교통카드도 잃어버린다그의 커리어를 한 방에 끝낼 뻔한 USB 사건도 있었고하여튼 그는 참 불운한 사람이다하지만 그 모든 일을 해결해 준 건그가 부탁조차 하지 않았던 타카라코를 통해서였다우연찮게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게 되지만그 역시 사랑의 감정이 아니고 나중에는 편안했기 때문이었다타카라코는 스스로를 믿게 됨으로써 자신의 마음의 태엽을 감을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다고이 사실을 깨달은 두 사람이었던 것일까훗날 재회하게 된 런던에서 그 둘은 메리고라운드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책을 읽고 아주 큰 한 가지를 깨달았다스스로 돌아가는 메리고라운드처럼인생 역시 그러하다고.

책을 읽는 내내 참 행복했다어린 시절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던 장난감들이 만들어지는 제작 과정그리고 아이디어를 꺼낼 때의 즐거움을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누군가에게나 한 번씩은 있었을 아픈 짝사랑의 기억들을 유즈키 아사코는 참 아름답게 풀어냈다짝사랑이든 사랑이든 내 감정에 충실하자고가만히 바라보면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게 한 가지 있다고내 마음의 태엽을 감을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니까. [짝사랑은 시계태엽처럼]을 통해 잠시나마 추억에 젖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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