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만난 이야기
이준열 지음 / 렛츠북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 그대로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좀 특별하게도 [우연히 만난 이야기]라는 책은 책 제목이나 내용 때문이 아니라작가의 특이하고도 독특한 소개 때문에 읽게 되었다주로 작가의 삶이나 이력을혹은 생각을 주로 서술하는 것이 보통 작가 소개인데 이 작가는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들을 적어 두었다목록이 꽤 되므로 가장 재미있고 인상 깊었던 것 몇 개만 추려서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엄마랑 나갔던 유치원 학예회에서 엄마가 물구나무선 채로 돌아다님’, ‘초등학생 때 아나바다 시장에서 외화와 수첩 속지까지 팔아치움’, ‘섬에서 조난되었을 때 저승사자 얼굴 봄’, ‘함께 들었던 촛불까지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유쾌하고도 감동적인작가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던 소개였던 것 같았다.

그렇게 처음 만난 [우연히 만난 이야기]는 말 그대로 정말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프롤로그부터 신비했다프롤로그에는 주로 작가의 염원을 담아 이름과 함께 적어두곤 하지만 이 책의 프롤로그는 당신과의 우연에 감사하며’ 라고 맺기만 할 뿐, ‘우연이라는 단어에 감사하고 강조하는 글귀들만 남겼다한 가지 먼저 말해두자면이 책은 보통 책과는 좀 많이 달라서 왠지 모르게 나도 다른 책들보다는 훨씬 더 정이 가고 집착하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제목과 함께 있는 작가의 이름은 온데간데없고일러스트조차도 나무의자에 놓여 있는 [우연히 만난 이야기책으로 단순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여섯 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맨 처음에 등장한 사람은 바로 금융업계에 몸담고 있는 은행 고위 간부였다운 좋지 않게도 그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홀로 모든 책임을 지고 5년 동안 자유를 잃게 되었다. 5년 동안 교도소에서 생활하며 그는 장고 끝에 자신들이 한 일은 쓰레기통에서 난 것들로 세트 메뉴를 구성해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그는금융업계를 떠나 진정 자신이 땀을 흘리면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는 건축업계에도 종사해 보고깨끗한 거리를 책임지는 청소부라는 직업도 경험해보게 된다청소하러 간 곳에서 대통령을 만나고 주먹을 부딪치면서 인사하는 그와 대통령의 모습에서 그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화여대와 비슷한 상황의 학교도 나온다잔인한 경쟁에 밀리고 취업밖에 모르는 대학을 향해 데모를 하는 젊은 학생들. 20세기에 젊은 학생들이 일어나 저항하면서 사회 규율을 바꾸어 나갔던 것처럼다른 것들에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관철시키기 위해 애쓴다.

소방관들의 고뇌도 볼 수 있었다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소방관을 동경하며 꿈을 키워 나간 한 소년그 소년은 꿈을 이뤄 소방관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한 사람을 살리지 못하면서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그때 생각하게 된 한국의 한 소방관둘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소방관들의 고충과 힘든 일들을 알 수 있게 됐다뉴스에 회자되는 것처럼 부족한 재정과 인력으로 다치고 고생하는 소방관들이지만 그들에 대한 보상은 거의 지급되지 않는다고 한다책을 읽는 내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를 중심으로 생활한 결과 패망하게 된 비참한 인간의 최후도 볼 수 있었고대학생들과 취준생들의 힘든 삶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이야기도 실려 있었다사랑이 가득한 남녀의 이야기도 함께.

읽는 내내 참 많은 생각을 했다이 책의 내용은 모두 다 다른 시점에서 다른 시대에 쓰인 듯한 느낌이 가득하지만이 이야기들이 모두 합쳐져 가리키는 방향은 같았다끝에는 결국 희망이 있다는 것그리고 모두 다 요즘 회자되는 많은 사건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들을 꼬집어 다른 시각으로 본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익숙한 이야기들이 다수 섞여 있어 참 재미있게 읽었다뿐만 아니라 이 책을 통해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많은 지식들도 함께 얻게 된 느낌이다말 그대로 우연히 만나게 된 이야기였지만다음 만남을 또 기약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책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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