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구시키 리우 지음, 곽범신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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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일본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기타미노베군 아동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실종된 아이의 이름은 리카. 리카가 시체로 발견되었을 때, 아이는 고작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이듬해인 1988년, 일곱 살이었던 사나에 역시 시체로 발견되었다. 신원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었기 때문에 일본 전역은 분노로 들끓었다. 수사 끝에 범인 둘, 가메이도와 이요는 체포를 당했고, 곧 사형선고를 받았다. 모두가 축배를 들며 살인마를 잡았다고 기쁨에 들떠 있을 때, 당시 형사였던 세이지는 홀로 의문을 품는다. 과연 이들이 그 잔혹한 연쇄 살인범들이 맞는가? 혹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30년의 세월이 흘러 범인 중 하나인 가메이도는 병으로 옥사하고, 이미 은퇴해 일반인의 신분이지만 기타미노베군 아동 연쇄 살인사건에 계속 의구심을 품고 있던 세이지는 진실을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해보기로 한다. 셜록에게는 왓슨이 필요하듯, 세이지는 손주 아사히와 손주 친구인 데쓰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돼 있던 이요를 찾아간다. “살인이라니, 저는 그런 무서운 짓, 도저히 못합니다.” 세이지는 40년 넘게 경찰의 녹을 먹고 살았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형사로서 거짓말은 하늘에 뜬 별만큼 많이 들었다. 그런 감이 말하고 있었다. 이 녀석은 살인자가 아니라고.


진범은 따로 있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이 옥살이를 한다는 것은 흔히 만날 수 있는 소재다. 그렇지만 구시키 리우의 <Tiger 타이거>가 특별히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여론을 통해 이미 극악무도한 살인마로 낙인이 찍혀버린 가메이도와 이요의 이미지를 회복한다는 것에서였다. 그러한 점에서 은퇴한 형사 할아버지를 돕는 손주와 손주 친구의 조합은 신구조화를 아름답게 이루며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 큰 몫을 한다. 기성세대 여론을 돌리기 위해서는 TV 뉴스와 다큐멘터리, 신세대 타깃으로는 트위터 등의 SNS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습은 현실과 밀접하게 닿아 있어서 몰입하는 데 아주 좋았다. 다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인 데다 묘사가 적나라해서 심적으로 읽기 매우 힘들었다. 마냥 재밌고 스릴 넘치는 추리 소설이 아닌 만큼,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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