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 - 생사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을 살리는 세계 최고 소아신경외과 의사 이야기
제이 웰론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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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읽은 적 있는 아주 인상적인 글귀. 어린 아이와 강아지, 고양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 마땅한, 거의 유일한 존재들이라고. 그런데 여기, 아픈 아이들만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직업은 소아신경외과 교수. 최선을 다했어도 살릴 수 없었던 수많은 생명들, 그리고 집도의를 누르는 중한 죄책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계속 수술실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을 수술하면서 내가 본질적으로 더욱 인간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아이들을 치유해준 것만큼이나 나 자신도 치유받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직업적 사명감과 더불어 일에 애정을 쏟고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그에게 관심이 갔다.

“거기 병원 근처 기지에 아직도 블랙 호크 헬기가 배치되어 있습니까?”
응급실 의사에게 물었다.
“네, 그렇긴 합니다만……”
말끝을 흐리더니 금세 목소리가 살아났다.
“아! 거기라면 날씨랑 상관없이 비행할 수 있겠네요.“
”블랙 호크에 연락하세요. 저는 수술실 잡겠습니다.“

<나는 소아신경외과 의사입니다>를 읽다, 자연스레 몇 년 전 읽었던 이국종 교수의 에세이 <골든아워>가 생각났다. 환자의 생사는 그가 의료진을 골든아워, 즉 한 시간 이내에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이국종 교수는 말했다. 골든아워를 지키는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살릴 수 있는 생명이 훨씬 더 많음을 그는 소리 높여 얘기했었다. 돕지는 못할망정 방해하던 잔인한 현실에 지친 이국종 교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기후가 좋지 않아 환자가 골든아워를 놓칠 것 같자 군 인력을 동원해서 헬기를 띄운 끝에, 그들은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 시스템이 한 사람을 살린 것이다. 이국종 교수가 그토록 원하던 의료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금 체감했다.

삶을 아름답고 온전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 어려운 결정을 내려줄 사람, 폭풍 사이로 비행기를 조종해줄 사람. 다른 누군가의 삶이 있어야만 우리 삶은 아름답고 온전할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 어려운 결정을 내려줄 사람, 폭풍 사이로 비행기를 기꺼이 탈 훌륭한 인재를 우리는 이미 너무나도 많이 고갈시켜버린 것은 아닐지. 의롭지만 외로운 싸움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나가고 있을 모든 사람에게 박수를. 의료 시스템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우리도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대한민국을 믿는다. 우리는 다시 괜찮아질 것이다, 늘 그래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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