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
권신영 지음 / 틈새의시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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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이 있는 공간까지도 사랑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여행지에서 시간과 동선과 동행자들만 허락한다면 서점은 한두 군데 꼭 방문하고, 생각 정리할 때 책 속에 파묻혀 몇 시간이고 씨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 뒤,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는 왜 이렇게 책을 좋아하며, 도대체 책에 무슨 힘이 있길래 나는 소위 말하는 ’책 덕후‘가 된 것인지! 공교롭게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책으로 알게 되었다. <책 읽는 사람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영국의 책사랑은 어떻게 문화가 되었나>라는 책을 통해서. 


미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부터 나는 내 문학적 취향이 미국이 아닌 영국임을 알게 되었다. 느껴지는 깊이와 내공이 다르다고나 할까? 그래서 영국의 책 문화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나니 그 차이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영국에서 책은 서구 근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통로다. 개인주의와 사회적 연대를 구현하는 책 읽기 문화는 ‘이야기 듣기’로부터 시작했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영국인들의 책사랑은 예로부터 계승되어 내려온 것이었다. 바로 스토리 타임을 통해서. 


두터운 어린이 독자층은 영국 아동 문학 출판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J.K. 롤링의 <해리 포터>가 영국에서 출판된 것은 어쩌다 얻어걸린 우연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고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봤다. 돌이켜보면 부모님은 매일 잠자기 전 책을 읽어주셨고, 미국에서 거주할 때는 학교에서 꼭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책 읽어주는 시간이 있었다. 반 전체가 함께 이야기 듣는 시간이 있었음을 생각해 보면 내 책 사랑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었겠다고 짐작할 수 있었다. 책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시간이 내게 충분히 주어졌음에 얼마나 감사하게 되던지! 


책보다는 휴대폰을, 긴 호흡이 필요한 장문보다는 짧은 글을, 시간을 들인 숙성함보다는 즉자적이고 신속함을, 문자를 읽고 ‘생각’하기보다 영상을 보고 ‘느끼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에 책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반지성적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토론 문화가 필수이고, 토론을 위해서는 좀 더 긴 글을 읽고 분석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책 덕후로서 책의 역사를 살펴보며 느낀 것은 책의 중요성과 읽기의 필요성이었다. 영국의 책사랑 문화가 몇백 년 걸려 정착했음을 살펴보았는데, 부럽기도 하고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들었던 결심은, 책을 더 열심히 읽어야지 같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꼭 영국에 가보리라! 손흥민 선수의 EPL 경기를 직관하고 싶어서 런던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읽다 보니 영국에서 영문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희망 사항이 생겼다. 뭐 어때! One can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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