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매스 -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피터 버크 지음, 최이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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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로 잠시 되돌아가 보자. 내 주변에 천재는 한두 명 정도 있었다. 악기를 기가 막히게 다룬다든가, 암기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든가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천재들은 다 자신이 어릴 때부터 잘한 것을 업으로 삼고 살았다. 악기를 잘했던 모 양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다고 건너건너 들었고, 암기력이 남달랐던 모 군은 영국 명문대를 들어갔다고 한다. 이렇듯 떠올려보면 천재는 이웃의 사돈의 팔촌이라도 건너면 한두 명쯤은 있다. 그런데 폴리매스는? 폴리매스는 어디 있을까?


일단 폴리매스는 많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들은 자기 분야에 남보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하고, 학문의 경계를 뛰어다니며 활약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폴리매스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있다. 그는 예술가였고 동시에 해부학, 건축, 수학, 화학, 공학, 식물학과 동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 모든 것을 대부분 독학으로 공부했으며 스스로를 배우지 못한 사람으로 표현할 정도로 글보다 경험에서 지식을 얻은 케이스였다는 것이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을 습득했기에 다빈치는 인체의 황금 비율을 발견했고 눈의 동공이 빛과 어둠에 의해 수축과 확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이 한 분야에만 관심을 갖고 집중했다면 놓쳤을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폴리매스. 그들은 끊임없이 공부했고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했다. 그런데 그들은 공교롭게도 정보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자 힘을 잃는다. 즉 인쇄술의 발달로 이용 가능한 지식이 증가하고 책이 쏟아져나오자 그 모든 것을 공부하기엔 시간과 힘이 역부족이였다는 것이다. 폴리매스의 장점인 큰 그림을 보고 전문가들이 놓친 연결성을 찾아내는 것도 학문이 전문화되며 설 자리를 잃는다. 학문 간 경계를 넘나들기 어려워지면서 학문에 파벌과 영역이 생겨났고, 과학이 띄는 전문성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학문과 학문 사이 경계를 더 세우게 되었다. 


인류는 인쇄술의 발달로 쏟아지는 방대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전문화를 이용해 나누고자 했지만 그것은 결국 지식을 통합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되었다. 이 현실에서 폴리매스들은 학문 통합을 위해 투쟁하거나 제너럴리스트가 되어 심화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편협하고 근시한적인 태도를 바로잡는 전문가가 되었다. 더 큰 그림으로 학문을 바라보게 해주고, 다리를 놓아줌으로써 융합적인 사고를 토대로 새로운 깨달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폴리매스. 점점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고 성장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21세기에,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폴리매스>는 이 사실을 명확하게 한다. 우리에겐 폴리매스가 필요하다고. 


저자 피터 버크는 폴리매스를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이라 표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언어의 재능뿐 아니라 과학, 수학, 음악, 경제학 등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으며 엄청난 족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하나만 제대로 해도 모자를 판에 왜 일을 많이 벌려놓냐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의 다양한 관심사는 결과적으로 인류에 큰 보탬이 되었다. 그리고 결과론에서 조금 벗어나 이야기를 해보자면, 짧은 인생인데 능력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 다 해보겠다는데 왜 막느냐는 생각이 든다. 21세기 다빈치가 나타날 수 있도록, 부디 장벽을 거두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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