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명화로 보는 시리즈
호메로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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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말은 길고 길었던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 군에겐 적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승리의 달콤함은 짧았고 끝은 다른 고난이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 밀림의 사자가 사라지니 그동안은 여우의 세상이었다. 몇몇은 전쟁 중에, 몇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죽었다. 누구는 믿었던 가족에게 배신당해 죽었다. 차라리 전쟁 중에 죽었으면 명예로운 죽음,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위로라도 있을 정도다. 아니, 오히려 먼저 가는 길에 죽은 이들은 빨리 고난이 끝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제일 오래 걸린 사람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주인공, 오디세우스다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전쟁은 끝났지만 무려 10년이나 고향 이타카에 가지 못하고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오디세우스. 전쟁 후에도 오디세우스가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은 그가 죽었을 거라 말한다. 그의 아내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시달리기 시작했는데, 시아버지의 수의를 만들면 구혼자 명을 선택하겠다 한다. 그는 지혜를 발휘해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시간을 벌겠다며 해가 있을 때는 베를 짜고, 해가 지면 풀기를 반복한다. 전쟁 떠날 당시 젖먹이였던 아들 텔레마코스는 장성해 돌아가셨을지도 모르는 아버지의 흔적이나마 찾겠다며 바다로 떠난다. 이토록 그의 가족이 의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오디세우스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바다에서 표류하던 오디세우스를 구해준 님프 칼립소 그리고 마녀 키르케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들과 시간을 보낸다. 특히 칼립소는 오디세우스에게 빠져 그에게 영생을 선물하겠다고 했고, 그는 님프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아들이 기다리고 있는 이타카를 생각하며 살았다고 하지만, 오디세우스와 칼립소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까지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그의 지조를 의심할 수밖에. 과연 오디세우스가 진심으로 칼립소의 섬에서 탈출하려 애쓰기는 했을까? 현실에 순응하고 칼립소와의 관계를 합리화한 것은 아닐까


페넬로페와 텔레마코스가 여우들이 침범해 망가져 가는 이타카, 그의 성을 지키려고 애쓸 페넬로페는 끊임없이 남편인 오디세우스를 그리워하며 울었다고 한다오디세우스는 아름다운 님프와, 마법 능력이 뛰어난 마녀와 함께였다. 게다가 정작 지조를 지키지 못한 것은 오디세우스 본인이면서 막상 이타카에 도착하고 나서 여자들, 아내를 비롯한 시녀들의 의리를 의심해 시험하기까지 한다. 얕은 그리스 로마 신화 지식으로 오디세우스는 영웅이었고, 온갖 고난과 풍파를 겪으면서도 가족을 포기하지 않는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이자 아버지 그리고 남편상이었다. 하지만 서양 문학사를 공부하면서 이미지가 1차로 처참히 깨졌고, 이번에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읽으며 2차로 완벽하게 확인 사살을 했다.


이토록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은 주인공이 바다에서 고생하다 마침내 고향에 돌아오는 것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것은 안타깝지만, 서양 문화의 바탕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서양 문학을 공부하면서 신화를 암시하는 부분이 많아 한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명화가 포함되어 있어 그림과 텍스트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같은 부분을 다루더라도 화가마다 화풍이 달라 신선함은 . 어찌 됐든 교양으로 번쯤은 읽어야 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이왕 읽을 <명화로 보는 오디세이아> 만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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