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셜리 클럽 오늘의 젊은 작가 29
박서련 지음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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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셜리 클럽> 읽자마자 떠오른 생각. ‘내가 모르는 뜻이 있나 보다.’ ‘에이 설마. 설마 이름이겠어?’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눈길이 갔다. 더 셜리 클럽 빅토리아 지부. 그러니까 그 할머니들은 모두 셜리고, 셜리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만이 가입할 수 있는 더 셜리 클럽, 그중에서도 빅토리아주 지부의 회원으로서 멜버른 커뮤니티 페스티벌 퍼레이드에 참여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라, 맞췄다. 나 요즘 왜 이렇게 감이 좋은 거지? 그 사실을 깨닫자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셜리예요! 


워킹 홀리데이로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설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도시 멜버른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더 셜리 클럽. ‘셜리’라는 이름은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유행한 이름이다. 생각해보니 내 외국인 친구들 가운데 셜리는 없었다. 그런데 설희는 왜 셜리라는 이름을 선택했을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째, 제 한국 이름과 발음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 둘째, 셜리라는 이름은 사랑스럽다는 것. 


한국 이름과는 달리, 내가 직접 정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영어 이름의 특별함이다. 나는 내 한국 이름이 발음하기 쉽고 스펠링이 짧다는 이유로 영어 이름을 만들지 않았다. 아, 그래서 설희가 더 셜리 클럽을 만난 것 같은 행운이 날 아예 찾아오지 못하겠구나. 지금이라도 영어 이름을 만들까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나는 우연히 영어 이름을 셜리라고 지었을 뿐인데 오랫동안 누적된 은행 이자 같은 그 두둑한 애정을 거저 받고 있는 거고. 이왕 만드는 거, 사랑스러운 리가 끌리는데. 


<더 셜리 클럽>은 독특한 구성을 하고 있다. 재생과 멈춤 버튼이 번갈아 나오면서 마치 녹음된 음성이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독자를 제외한 또 다른 화자가 있다는 것도 <더 셜리 클럽>의 인상적인 특징 중 하나다. 게다가 이렇게 매력적인 셜리들이라니! 들었죠? 더 셜리 클럽에 셜리보다 중요한 건 없어요. 우리는 모두 셜리고, 우리는 모두 셜리를 아끼죠. 부담 느끼지 말아요. 우리가 도울게요. 셜리를 돕는 게 우리를 돕는 거니까. 인생의 사랑을 찾아 호주 전역을 돌아다닐 이방인 셜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의리를 과시하는 할머니 셜리들. 영화 <써니>가 생각났다. 이렇게 의리 있는 클럽이라니! 너무 매력적이야. 


잘 통하지 않는 언어, 이방인이라는 신분, 그리고 무엇보다 내 나라 내 땅이 아니라 서글픈 적도 많다(특히 아플 때! 진짜 외로움). 그런데 설희 곁에는 늘 셜리들이 있었고, 셜리들은 늘 든든한 뺵이 되어 주었다. 단지 셜리라는 이름, 그거 하나 때문에. 내가 다 든든했다. 이 대륙 안에 있는 이상 셜리 곁엔 항상 클럽이 있다는 걸 기억해요. 아니 이렇게 스윗한 할머니들이라니. 이름이라는 공통점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때의 훈훈함은 읽는 사람의 마음마저 따뜻하게 만져줬다. 이건 분명 설희와 그 남자를 그려낸 풋풋한 사랑 이야기인데, 나는 왜 셜리들의 의리 있는 모습에 더 설렜던 걸까. 코로나 끝나기만 해봐라. <더 셜리 클럽>이 있는 대륙 오스트레일리아로 훌쩍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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