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새움 세계문학
버지니아 울프 지음, 여지희 옮김 / 새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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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소소한 부분에 대한 의견 하나, 여자가 픽션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분한테 제시하는 것뿐입니다. 익히 들어본 이름과 책 제목이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막 읽기 시작했을 뿐인데 갑자기 제목에 대한 답을 줬다. 한참을 곱씹어 봐도, 이리 읽고 저리 읽어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무척 현실적이었다. 일단 먹고살기 위해서 돈은 필수고,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자기만의 방을 제시한 거겠지. 돈 그리고 방 사이의 연관성을 찾았다. 그런데 왜 하필 여자라는 주어가 붙은 것일까? 


확실히, 무언가가 결여돼 있는 것 같았고 무언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저는 그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하지만 무엇이 결여돼 있고 무엇이 다른가? 스스로한테 물었습니다. 배움과 지식, 경험과 책에 늘 목말랐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잔디밭에서의 사색조차 금지된 과거의 영국. 돈을 버는 것도, 소유하는 것도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이게 언제 적 이야기냐고? 놀라지 마시길. 18-1900년대 이야기다. 약 150년 전의 이야기.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사이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났구나 하는 게 딱 실감이 났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쪽 성의 안전과 번영과 또 다른 성의 가난과 불안정함에 대하여 생각하기를 계속한다. 


어떤 여성이라 해도 셰익스피어의 시대에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쓰는 건, 전적으로, 완벽히, 불가능했을 것이란 것 말이죠. 그들에겐 돈과 그들의 방이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그는 비운의 천재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만약, 브론테 자매들에게 돈과 그들의 방이 있었더라면. 만약, 제인 오스틴이 여행하고 더 많은 경험을 했더라면. 그녀는 자신의 운명과 전쟁 중입니다. 좌절해서 경련을 일으키며 일찍이 생을 마감하는 것 말고 달리 그녀가 어쩔 수 있었을까요? 훌륭한 작품을 이미 충분히 써냈다고 생각했고, 확신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뿐 아니라 브론테 자매들의 <폭풍의 언덕>이나 <제인 에어>는 내가 사랑하는 작품인 만큼. 그런데 버지니아 울프의 말대로, 만약 그들에게 자유를 선물할 돈과 자기들만의 방이 있었더라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문학은 모두한테 열려 있어. 당신이 설사 교구 관리인이라 할지라도 날 잔디밭에서 쫓아내도록 가만있지 않겠어. 그러고 싶다면 당신의 그 도서관이나 잠가. 하지만 당신은 내 자유로운 마음에는 어떤 문도, 어떤 자물쇠도, 어떤 빗장도 달 수 없어. 왜 자기만의 공간이었을까. 왜 돈이었을까. 그것들은 오랜 시간 동안, 무려 192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들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것들이 없었음에도 날아다닌 수많은 여성 작가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에게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더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문학 세계가 훨씬 더 발전했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건 오버가 아니고 팩트겠지. 


어떻게 해서든, 여행을 하거나 빈둥거리기 충분한 여러분 수중의 돈을 마련해서, 세계의 미래나 과거를 깊이 응시하기를, 책을 읽으며 몽상에 잠기고 길모퉁이를 어슬렁거리고 사색의 낚싯줄이 강물 깊숙이 드리워지게 하길 바랍니다. 결국 버지니아 울프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이거였다. 경험을 통해 글을 쓰는 것. 그의 진심을 알기 전까지는 돈을 강조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안다. 자본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100년 전에 시대를 앞서간 천재 버지니아 울프의 뛰어난 안목에서 비롯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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