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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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와 글쓰기를 언제부터 좋아했던 건지, 어떻게 시작이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분명 어린 시절 책을 늘 읽어주시고 읽는 모습을 보여주신 부모님의 영향이 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나는 늘 책과 함께였고, 글자와 함께였다. 읽는 것을 시작하니까 자연스럽게 글쓰기라는 행위도 뒤따라왔는데, 멋진 책과 작가처럼 쉽게 표현되지 않아 속상해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면서 책을 쓰는 작가를 동경하게 되었고, 그렇게 책, 글쓰기와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글을 쓸 때 행복하다. 그리고 여기 등장하는 여성들도 그렇다. 


뒤라스는 그 무엇에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를 사로잡은 것은 오직 글쓰기뿐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쓸 때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느꼈다. 앤 카슨은 죽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결론을 내렸다. “아름다움을 붙잡아라.” 고전은 곧 불멸의 아름다움을 뜻했다. 글 쓰는 사람, 말하는 사람이 바뀌면 역사도 달라진다. 여기, 스물다섯 명의 여성 작가가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높지 않았을 때, 교육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을 때, 그들은 열정을 가지고 글을 썼고 목표를 세워 성취해 나갔다. 글쓰기와 책 읽기는 그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소통의 창구였다. 불우한 자신의 삶을 글쓰기로만 채워 나갔고, 극복하려고 애쓴 스물다섯 명의 작가들. 이런 멋진 작가들을 이제야 만나게 되다니! 


이런 열정의 근원이 어디일까? 언제부터 이들은 글쓰기를 향한 빛나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일까? 정말 독하다 싶을 정도로 책을 읽고,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 싶을 정도로 글을 쓴 그들.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의 저자는 이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강조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느낀 것은 이들이 여성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냥 그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라는 사람이라서 이 모든 게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시대가 그들을 억압했고 성별과 지위, 인종과 피부색도 영향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그들이 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하더라도, 나는 그들이 깨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또 펜을 들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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