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옥림 엮음 / 미래북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가을이다, 드디어. 문학의 계절, 시의 계절이 왔다. 여름내 책 한 번 읽지 않은 사람도, 책과 담쌓고 살아온 사람도 가을이 되면 괜히 서점에 기웃기웃, 책 주변을 기웃기웃하게 된다. 나라고 다를 것도 없다. 평소에는 책을 읽으면 ‘넘기는 맛’ 있는 두꺼운 소설들을 주로 읽지만, 가을이 되면 이상하게 비교적 짧은 시에 매력을 느낀다. 내 나름의 방식대로 가을을 느끼고 가을을 타는 것이다. 가을이 오기 전, 제목마저 시의 한 구절처럼 아름다운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를 읽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시들과 외국의 시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는 게 특히나 매력적이었던 이 책.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외국 시인들의 시를 조금씩 읽어볼 수 있었다는 거였다. 뷔페에 온 것 같다고나 할까.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바뀌는 외국 시인들의 시였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잘 알려져 있는 시들이라 감동은 여전했다. 원문으로 읽어본 적 있는 시인들의 시가 실려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들었던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좋은 시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과 유명한 시는 뭐가 있을까 궁금한 사람이라면 가볍게 접근하기도 참 편리할 책이다. 더 깊이 있는 시 읽기를 하고 싶다거나 한 시인의 작품을 더 만나고 싶다면, 일단 <시가 내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를 통해 시에 흥미를 붙이고 다음 시집으로 눈을 돌려도 참 좋을 것이다. 읽는 내내 잊고 있었던 시 읽는 즐거움, 시의 아름다움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 수많은 시인들과 그들의 시. 정말, 제목 그대로 나에게 와서 한 송이 꽃이 된 시들이 시집 한 권에 가득했다. 


나의 꽃이 되어준 시, 가장 기억에 남는 시 한 편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아버지의 기도 


주여,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약할 때 스스로를 분별할 수 있는 힘과 

두려워질 때 자신감을 잃지 않는 대담함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당당하고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노력 없는 대가를 바라지 않게 하시고 

주님을 섬기며 아는 것이 지혜의 근본임을 깨닫게 하소서. 


바라건대, 그를 요행과 안락의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자극받아 분발하게 고난과 도전의 길로 이끌어주소서. 

폭풍우 속에서도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불쌍히 여길 줄 알도록 도와주소서. 


내 아이가 이런 사람이 되게 하소서. 

마음이 깨끗하고 높은 이상을 품은 사람, 

남을 다스리기 전에 자신을 다스리는 사람, 

미래를 향해 전진하면서도 

과거를 결코 잊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이에 더하여 유머를 알게 하시어 

인생을 엄숙히 살아가면서도, 

삶을 즐길 줄 아는 마음과 

자기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소서. 


또한 참으로 위대한 것은 소박함에 있음과 

참된 힘은 너그러움에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그의 아버지인 저도 

헛된 인생을 살지 않았노라고 

나직이 고백할 수 있도록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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