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역사 :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다
나이절 워버턴 지음, 정미화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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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그토록 지혜로운 인물이 된 이유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항상 자신의 생각을 반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삶이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때에만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단언했다. 대표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가치를 두고 있었던 대상은 그 무엇도 아닌 ‘질문’과 ‘생각’이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그는 질문하기와 생각하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의 질문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질문을 붙잡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이해한 것의 한계를 보여주고 삶의 기반으로 삼은 전제들에 의문을 제기하기를 좋아했다. 소크라테스에게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 깨닫는 것으로 끝나는 대화가 성공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의 모든 대화들은 성공적이었다. 수많은 철학자가 그의 뒤를 이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행복을 추구하라는 결론을 얻기까지 질문을 고심하고 또 고심했던 아리스토텔레스. 확신하지 마라. 그러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최선의 선택은 ‘열린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한 피론.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며 나쁜 논리에 근거한다고 주장한, 행복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는 에피쿠로스. 우리의 생각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말로 잘 알려진 에픽테토스. 도덕적 해악은 우리가 선택한 결과라고 말한 아우구스티누스와 행복은 세계의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고 한 보에티우스.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의심 행위는 당신이 생각하는 존재로서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자신만의 회의 방법인 ‘데카르트적 회의 방법’을 만든 철학자 데카르트. 우리에게는 생명, 자유, 행복, 재산에 대한 천부적인 권리가 있다고 말한 로크. ‘만약 모든 사람이 그렇게 한다면 어떨까? 나 자신을 위해 특별한 경우를 만들지 말자며 도덕적 의무에 대해 이야기한 칸트.

행복한 돼지보다 슬픈 인간이 되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로 유명한, 모든 성인은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 철학자 밀. 개인이 선택을 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키르케고르와 우리의 행동 대부분은 숨겨진 소망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 프로이트. 인간이기 때문에 책임의 무게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고 말한 사르스트와 무의미한 노고에도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말한 카뮈,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면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비트겐슈타인. 모든 사람은 신앙의 자유, 투표할 자유, 표현의 자유처럼 결코 박탈당해서는 안 되는 기본적인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자유의 원리’에 대해 이야기한 롤스와 동물들도 고통을 겪을 수 있고, 그들의 고통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한 피터 싱어까지.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총 52명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다양한 사상들을 만나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답답함을 느꼈다. 이건 기분 좋은 답답함이었다. 나로서는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 도무지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은 문제들을 가지고 이야기하고 자신만의 믿음을 가진 채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의 다양한 사상들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생각이 옳다, 그르다 단정 짓기보다는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조금 더 넓은 마음과 생각으로 <철학의 역사>를 접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이 정말 진심으로 삶의 문제들에 대해 고뇌했다는 것을 읽으면 읽을수록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참 신기하게도 <철학의 역사>를 읽기 바로 전에 읽었던 책이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철학이라는 학문과 철학자들에게 존경심을 느끼고 있던 찰나에 <철학의 역사>를 만나 더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던 이 기막힌 타이밍에 감사함을 느낀다. 소크라테스에게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 깨닫는 것으로 끝나는 대화가 성공이었다. 또 다른 의미에서 소크라테스는 책을 통해서이긴 했지만 아주 성공적인 대화를 나눴다. 여러모로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 깨닫는 순간이 읽는 내내 찾아왔기 때문이다. 철학과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소크라테스부터 피터 싱어까지 아우른 책 <철학의 역사>를 읽어보길 권한다. 스스로 얼마나 아는 게 없는지 깨달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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