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필요한 순간 - 삶의 의미를 되찾는 10가지 생각
스벤 브링크만 지음, 강경이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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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정한 자신을 찾는 데 몰두하기보다는 선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시작은 무척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집중하는 ‘진정한 나 찾기’, ‘자아발견’과도 같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선하고 도덕적인,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에 집중하라는 말은 놀라움을 넘어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론 좋은 사람이 되는 동시에 진정한 자기 자신도 찾을 수 있다면 굉장히 근사하겠지요. 그러나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이 말하는 자기계발의 개념에서 눈을 들어 진정으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적이 되는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10인의 철학자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선은 일반적인 효용성의 관점에서는 쓸모없는 것으로 구성되며, 또한 역설적이게도 쓸모없기 때문에 쓸모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선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얘기한다. 모든 가격을 뛰어넘어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존엄성을 가진다. ‘존엄성’은 사고 팔 수 없는 것이라고, 중요한 가치와 행동에 가격을 매기는 순간, 존엄성은 사라져 버린다고 말하는 칸트. 약속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설령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일에는 존엄한 면이 있습니다. 책임감과 죄책감을 통해 사람에게 ‘주체가 되는 것을 가능케’ 해주는 약속에 집중한 철학자 니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관계할 때 비로소 우리 자신과 관계하는 법을 배웁니다. 우리의 자아 성장과 발달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온전한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이야기한 키르케고르. 우리가 진실과 신뢰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오직 그것이 그 자체로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진실성에 집중한 아렌트. 사랑은 자기를 잊는 것, 그럼으로써 다른 누군가에게 자기 자신을 내주는 일입니다. 타인과의 관계가 밑바탕이 되는 ‘사랑’이기에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머독. 용서가 광기인 이유는 어떠한 계산이나 합리성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용서는 오직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데리다.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희생될 수 없는 우리 삶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하는 카뮈와 죽음은 다른 관점들이 존재하기 위한 필수적인 토대라고 하며 유한한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한 몽테뉴. 


저자는 사회가 철저히 배제시키려 하는 ‘쓸모없음’과 ‘쓸데없음’에 집중했다. 목적과 수단, 이익에 100% 입각해 생각하고 움직이는 도구적 사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보았을 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쓸모없고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일에 시간을 쓴다는 것은 낭비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이 필요한 순간>의 저자는 10인의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쓸모없는 것이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이지요.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던 이유, 진정한 행복을 누리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진짜 알맹이를 찾으려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존엄한 행동들을 배제하고, ‘쓸모 있는’ 일들에 집중하면서 철저히 ‘쓸모없는’ 것들은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겐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에도 목적이 있고, 의미가 있다. 그 진정한 의미와 목적을 찾으며 삶을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쾌락을 좇으며 살아갈 것인지는 개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만약 전자를 선택했다면, 당신에겐 지금 그 무엇보다 <철학이 필요한 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철학이 필요한 순간, 그 순간이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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