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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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아무도 없다. 침대와 애비-아이스뿐이다. 그녀가 눈을 번쩍 뜬다. 분홍색 플라스틱 입술을 비틀어 미소를 짓는다. 그 애가 네 뒤에 있어. 애니가 문 앞에 서 있다. 모든 일은 폐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폐광으로 향하는 입구를 우연찮게 친구 하나가 발견한 이후,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억지로 그곳에 들어갔다. 여덟 살 동생 애니가 쫓아올 것이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곳에서 사고가 있었고, 애니는 죽었다. 나는 동생을 구하지 못했다. 애니는 실종으로 처리됐지만, 친구들과 나는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애니가 죽었다는 걸. 수사가 진행될 때에도 두려움 때문에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있었던 그 때. 동생은 돌아왔다. 애비-아이스를 으스러져라 끌어안고 엄청 큰 담요를 두르고 다리를 흔들며 경찰서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그때 나는 뭐가 이상한지 알았다. 뭐가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게 이상한지.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 그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어. 겉으로는 괜찮은 교사 행세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빚쟁이이자 도박꾼인 나는 도망치다시피 해서 고향이자 좋지 않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마을 안힐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받은 갑작스런 메일이 오랫동안 숨겨두었던 과거를 들쑤시기 시작한다. 이미 사망한 동생 ‘애니’의 이름으로 온 메일은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기억으로 나를 돌려보낸다. 오래도록 숨겨왔던 비밀을 알고 있는 상대방의 정체를 캐던 중, 과거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그 장소’와 비슷한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나.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빨간색이다. 못 보고 지나칠 수 없는 빨간색이다. 내 아들이 아니야. 


C. J. 튜더의 새로운 장편소설 <애니가 돌아왔다>는 작가의 첫 작품인 <초크맨>과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비슷한 점을 보인다. 과거에 있었던 한 일에 여전히 얽매여 있다는 것과, 주인공 ‘나’와 ‘친구들’이 공범이라는 것, 그리고 주인공이 고향으로 되돌아오며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까지. 내가 그들에게 얘기할 수 없었던 한 가지가 있다면 진실, 그러니까 모든 진실이었다.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도 그걸 믿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진실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숨기고 있다는 점까지도. 


공간에도 비밀이 있지. 나는 생각한다. 사람처럼. 파헤치기만 하면 된다. 땅을, 인생을, 한 사람의 영혼을. 폐광이라는 비밀스런 장소와 아이들의 실종을 결합해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며 <애니가 돌아왔다> 내내 독자들의 심리를 뒤흔든 C. J. 튜더.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조’의 말을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 그건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다. 이 책을 읽을 사람들에게 미리 말해 둘 사실이 있다. 나는 좋은 사람이다. 솔직한 사람이다. 그런가 하면 거짓말쟁이기도 하다. 모순투성이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낸 작가의 세상 속으로 그저 푹,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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