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빠의 얼굴도, 이름도 알지 못한다. 아니, 살아 계시긴 한 걸까? 궁금한 마음에 계속 엄마에게 질문하지만, 엄마는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저 하나미는 아빠라는 존재가 궁금한 것뿐인데. 초등학교 6학년인 하나미는 엄마와 단둘이 산다. 게다가 가난하다. 가끔 나쁜 아이들이 그 점을 가지고 하나미를 괴롭히지만, 어떤 것도 하나미를 속상하게 만들 순 없었다. 남자들도 버티기 힘들다는 공사 현장에서 막노동하며 하나미를 부족한 것 없이 키우려고 노력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하나미 사이에서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행복과 사랑이 흘러넘치고 있으니까. 그런데 아직 젊은 엄마가 결혼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자, 하나미는 엄마의 앞길을 막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하나미,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 거야? 


자식을 불행하게 만들고 자기만 행복해지려는 부모는 없어. 네 엄마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하는 건 다 너를 위해서야.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읽으면서 가장 먹먹했던 부분은 아직 한창 어리광부릴 나이에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하나미의 모습이었다.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엄마가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하나미는 어린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보호시설까지 알아본다. 자책하는 하나미를 위로해주었던 말. 네가 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라고. 엄마의 행복을 위해 네가 사라진다는 생각은 잘못됐어. 네가 없으면 엄마는 행복해지기는커녕 이 세상에서 최고로 불행해질 테니까. 여기서 하나미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하는 사실: 잊지 말자, 나는 엄마의 자부심이다.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을 읽으면서, 넉넉하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하나미 모녀의 모습을 지켜봤다. 무엇이 하나미로 하여금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하도록 만든 것일까 궁금했다. 그런데 그 사실은 책 초반부터 확인할 수 있었고, 책이 끝나갈 무렵에는 쐐기를 박듯 확인을 넘어 확신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아무리 절망적이고 최악의 상황이라도 그 사람 나름대로의 희망이 있으니까 살아가는 것 아닐까? 비록 바늘 끝처럼 보잘것없는 희망이라도, 희미한 빛이라도, 환상이라도, 그게 있으면 어떻게든 매달려서 살 수 있어. 하나미에게 있어서 그 ‘바늘 끝처럼 보잘것없는 희망’이자 ‘희미한 빛’, ‘환상’은 엄마였고, 엄마에겐 그 존재가 하나미였던 것이다. 서로를 위해 매일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녀의 이야기. 감동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책,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하나미 엄마의 인생 지론은 참으로 옳았다. 누구에게도 삶은 쉽지 않다. 하나미에게도, 하나미 엄마에게도, <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당신에게도. 그렇지만 우리는 또 밥 한 끼를 먹고 어김없이 살아나갈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그랬듯이 내일도 마찬가지로. 왜냐면 우리는 모두 다 엄마의 자부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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