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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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낭만을 찾는답시고 간직하고 있는 낭만이나마 하나하나 조각 내려 드는 것일까?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평범한 마흔여덟 편의 삶의 조각들. 주위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경험했을 것 같은 일들이라 낯설지 않고 무척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글로만 만났었던,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1970년대의 일상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그러면서 박완서 작가의 힘을 느꼈다. 1970년대의 평범한 삶의 조각들을 사진과 이야기로만 접했던 이방인에게도 느낄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 낭만이 귀한 시대에. 박완서 작가는 1970년대를 ‘낭만이 귀한 시대’로 표현했다.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요즘, 50여 년보다는 훨씬 더 ‘낭만이 귀한 시대’가 되었음을 온몸으로,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낭만이 더욱더 희귀해지고 바스러져 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박완서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긴 것이 아니었을까. 나의 아름다운 이웃들이 완전히 내 곁에서 사라지기 전에.


박완서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통해 마흔여덟 편의 짧은 이야기들을 만나면서, 197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낭만이 귀한 시대’였던 그 당시보다 훨씬 더 낭만이 귀해진 요즘을 살아가며 느낀 것은, 추억은 추억으로만 간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거였다. 기억 속에서 미화돼 언제든지 우리를 실망시킬 수 있는, 추억. 우리의 기억 역시 온전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굳이 1970년대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야 하는 것이냐, 새로운 이야기가 차고 넘치는 요즘 시대에 굳이 개정판으로 나온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하고 누군가는 질문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개정판으로 나오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거라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가와 이야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거라고. 1970년대보다 더 낭만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나의 아름다운 이웃>들의 아름다운 이웃들을 만나면서 쓸쓸하고 외로웠던 삶에, 잊고 있었던 낭만이 다시금 찾아오는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읽으라고. 어찌 되었든 사람 사는 집은 다 비슷하단 사실 하나는 기억하고 있으라고, 우리 곁에 아름다운 이웃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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