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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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 고양이 기를 거야.’ 동물에게 딱히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부부는 옆집의 사내아이가 고양이를 기르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단 한 번도 반려동물을 들인 적이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함께 놀게 되고, 어떻게 하다 보니 음식을 주게 되고, 또 어쩌다 보니 창문과 문을 통해 드나들도록 하는 부부. 열린 창처럼 고양이와 반려동물을 향해 닫혀 있었던 마음은 눈치챌 틈도 없이 활짝 열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을까.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가 기회를 놓친 순간이었다는 것을.

곡옥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처음 소파에서 잠들었을 때, 집 자체가 이 광경을 꿈꿔왔다고 여겨질 만큼 깊은 기쁨이 찾아왔다. 출판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건강이 악화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과 안정된 수입을 내려놓고 불안정한 미래와 불안정한 수입의 길로 접어들게 된 부부. 삶이 막막하게 여겨지고 ‘내일’을 두려워하게 된 부부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준 것은 다름 아닌 작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이름은 ‘치비’. 치비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치비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심리적인 안정과 기쁨을 되찾은 부부. 서서히 치비는 살짝 열어둔 창문 틈새로, 마치 작은 물길이 거듭거듭 완만한 비탈을 적시고 뻗어가듯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치비는 그들의 고양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예 몰래 데려가버릴까? 우리 고양이지. 어느새 ‘우리’ 고양이가 된 치비. 그렇게 치비는 이른 저녁 무렵엔 부부의 집으로 와서 밤을 함께 보내고, 옆집 아이가 등원할 시간에 맞추어 집을 나가 낮에는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른바 ‘두 집 살림’을 하게 된다. 이렇게 계속 지내면 좋을 테지만, 집주인이 집을 내놓게 되면서 이사를 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부부. 치비는 옆집의 반려동물이었고, 치비에게 이미 정이 들어버려 ‘집사’가 된 부부는 코앞으로 다가온 갑작스러운 이별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나한테 치비는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음 잘 통하는 친구야. 처음 시작은 ‘우연’이었을지 몰라도, 그 끝은 ‘운명’처럼 느껴졌으니까.


살아 있는 모든 것에는 어느 길모퉁이를 돌아들고 어느 문 틈새로 들어가고 하는 움직임에 원래부터 작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듯한 성질이 부여된 게 아닐까. <고양이 손님>을 읽는 내내 사랑스러운 고양이 치비의 행동 하나하나에 저절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반려동물이 선사하는 행복감과 그 상황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책으로 오롯이 느낄 수 있다는 것 덕분이다. 고양이의 특정 행동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느낌도 여러 번 받았다. 이것이 바로 고양이의 매력이자 치비의 매력, 그리고 <고양이 손님>의 매력이 아니었을까. 힘들었던 부부의 삶을 변화시킨, 메말라있던 나의 마음을 한순간에 생동감 넘치게 변화시킨 고양이의 매력.

나한테 치비는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음 잘 통하는 친구야. 이 문장이 가장 크게 와닿았다.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친구’나 ‘가족’이라는 말로는 그 존재를 다 설명할 수가 없다. 그만큼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또 행복감을 주는 사랑스러운 존재, 반려동물. 그 똘똘한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모든 말을 이해하는 것 같고, 아기 같은 모습으로 잠자리에 들면 어디서 이런 천사가 내려왔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감정을 몰입했기 때문이었을까. 치비의 안타까운, 의문투성이인 이별은 슬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반려동물의 존재에 대해서도.

잔잔하면서 여러 감정을 담아낸 <고양이 손님>은 읽는 내내 편안했고, 읽은 후에는 곧바로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매력적인 책이었다. 의외로 이별을 담담한 듯 신비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 <고양이 손님>. 팔색조 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치비가 당신에게는 또 어떤 변화를 선물할까? 물론, 그 변화는 긍정적인 것이겠지. 기대하면서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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