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라, 내 얼굴

웃어라, 내 얼굴 ㅣ 슬로북 Slow Book 4
김종광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2월

최선을 다하는 삶이란, 실상 가도 가도 제자리이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소설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데뷔한 지 20년, 그렇지만 실상은 ‘생계형 소설가’. 노력한 만큼 무언가를 얻기 힘든 현실이지만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느낀 감정을 진솔하게 담았다. 이토록 솔직한 ‘생계형 소설가’의 기록이 또 어디 있을까? 20년 차 소설가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웃어라, 내 얼굴>.

어린 시절의 열정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웃어라, 내 얼굴> 속에서 현실과 이상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에게 답을 찾아준 소설가를 만났다. 어린 시절의 꿈과 열정을 잃어버린 채 매일을 고민 속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진정한 열정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 준 이 책. 무언가에 열정을 가지고 쏟아본 적이 있는지, 있었다면 그때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최고와 1등만을 노래하는 현실 속에서, <웃어라, 내 얼굴>이 말 하는 열정을 통해 내 안에 숨어 있는 열정을 발견했다. 스타가 되지 않아도 스타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이다. 내 별이 저 우주 어디에선가 빛나고 있듯이, 내 열정도 깊은 속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을 테다.

원래의 것, 진짜는 고독한 것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곧 진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느끼기에는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현실은 삭막하고 암담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장이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살아있기 때문에 이런 감정도 느낄 수 있는 거라고. 나에게 생각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읽는다.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서. 책 한 권 한 권이 내 집착의 응결이었다. 그때의 사진이었다. 그러니까 책꽂이는 내 사진첩과 다름이 없다. 내 과거와 현재의 파노라마와 같은.

다짐 삼아 얼밋얼밋 그려진 웃는 내 얼굴을 보고 주문을 읊어본다. 웃어라, 내 얼굴! 이건 소설가가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웃는 것조차 일이 돼버린’ 나에게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인지, 옳은 것인지 때때로 회의감이 들고 주저앉고 싶을 때도, 그냥 다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노력한 만큼 뭔가가 남아 있다는 말처럼 힘을 내 보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면서 살기에는 벅차다고 느낄지언정, 오늘 하루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기록을 따라 밝게 웃으면서 살고 싶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20년 차 생계형 소설가 김종광이 쓴 이 책처럼,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맛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