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독서사 - 우리가 사랑한 책들, 知의 현대사와 읽기의 풍경
천정환.정종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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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70년.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매도하고, 사람들을 억압하고, 자유와 평화를 박탈한 수많은 일들은 해방 후에도 계속됐다. 대한민국 역사에 흔적을 남긴 사건들과 아픔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당시의 문인들은 그 아픔과 감정을 글자로 표현했고, 사람들은 글에 공감하며 큰 목소리를 내준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만든 민주주의 문화의 한편에는 책과 독서가 자리 잡고 있다. 왜 그걸 이제야 깨닫게 되었을까.


독서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보인다. 당시의 상황과 배경에 맞추어 시대를 비판하고, 대한민국 역사의 굵직한 대목에선 언제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고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의 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여러 자유가 보장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을 검열하던 과거의 행위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인상적으로 느꼈다. 책과 글의 힘을, 독서의 힘을 독재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독서는 누구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지적 활동이지만, 단지 엘리트 계층의 것만이 아니라 온 민중의 것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독서사>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독서의 역사를 다뤘다. 어떤 책이 어떤 시절에 가장 많이 사랑을 받았고, 시대의 흐름이 문인들로 하여금 어떤 글을 쓰도록 만들었는지. 고전이 대한민국에 들어오게 된 경위와 시대별로 달랐던 독서에 대한 반응과, 서점 그리고 책의 여러 이야기까지도. <대한민국 독서사>는, 해방 후 70년, 오늘까지의 독서의 역사를 담았다.


해방 70년간의 독서문화는 이 땅 민주주의와 깊고도 내밀한 관계를 맺었다. 독서문화는 일상의 정치요, 문화정치였다. 내가 원하는 책을 골라서 읽을 수 있다는 것, 원하는대로 감상평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을 자유와 읽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누린다는 것. 매일 삶 속에서 겪고 있고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만, 이것을 이룰 수 있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자리했다는 것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독서사>를 통해 늦게나마 이를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이 평범한, 나와 같은 ‘보통 사람’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 뜨겁고 큰 민주주의 문화의 저력은 이 나라 보통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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