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그렉 올슨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딱정벌레들은 멈추지 않는다. 소리 없이 가차 없이 갉아먹는다. 죄책감도 마찬가지다. 오리건 주 벤드 시에 사는 리즈는 친오빠 지미, 이웃집 친구 세스와 세스의 아빠인 댄과 함께 배를 타러 떠나던 길에 큰 사고를 당했다. 리즈의 나이 고작 아홉 살이었다. 댄은 차 안에 갇혀 있던 리즈와 지미를 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 세스는 살리지 못했다.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리즈. 그런데 모든 화살은 댄 밀러에게 쏟아졌다. 자신의 자녀들을 살려냈지만 세스의 사고 이후 사람들은 댄 밀러를 매도했고, 그렇게 그 가족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져갔다. 리즈가 아홉 살 때 그녀에게 벌어졌던 일은 무척 충격적이고 슬픈 것이었다. 그런데 그 일을 잊을 만큼 엄청난 일이 다시금 그녀의 삶에 벌어졌다면, 이번에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이라면 리즈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기어를 후진으로 놓고 발볼로 액셀을 밟았다. 차고를 빠져나간 순간 쿵 소리가 나면서 무언가를 들이받는 느낌이 났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차에 치인 것은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옆집 소년이었다. 변호사 시험을 보기 위해 급히 집을 떠나던 리즈는, 다량 섭취했던 각성제에 취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옆집의 세 살짜리 꼬마 찰리를 들이받게 된 리즈. 과거에 겪었던 트라우마와 각성제의 효과로 온전하지 않은 정신 상태 때문인 것일까? 리즈는 아이를 방수포에 넣어 차고에 방치한 뒤 변호사 시험을 보기 위해 떠난다.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인가?


“어디 있니?” 마당과 강둑을 훑어보았다. 왜가리는 사라졌고, 어린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캐롤이 아들에게서 눈을 뗀 시간은 전파가 잡히는 집 안에서 보냈던 12분이었다. 고작 12분. 그런데 어린 아들은 어디에도 없었고, 패닉에 빠진 캐롤은 남편 데이비드에게 연락한다. 하지만 그는 오직 최근에 연 레스토랑의 사업에만 매진하고 있었고, 캐롤은 그가 일 뿐 아니라 불륜에 빠져 아이에게 관심이 없을뿐더러 가족 자체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된다. 부부간의 갈등은 아이가 20일이 넘도록 발견되지 않자 더 고조되기 시작한다. 그 어떤 요구도, 단서도 발견되지 않는 상황. “제 어린 아들이 실종됐어요.” 과연 캐롤은 그녀의 아들을 찾고 수상한 남편에게서 진실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의 줄거리를 읽었을 때는 얼핏 제2의 <퍼펙트 마더>인 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더 진실과 가까워지는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를 읽으면서, 범죄 스릴러와 심리 스릴러의 진수를 제대로 맛보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찰리의 교통사고와 실종으로 인해, 두 쌍의 부부가 서로에게 숨기고 있었던 진실이 드러나게 되고, 무엇보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으로 생각했던 댄 밀러가 선사하는 충격적인 반전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작가 그렉 올슨의 필력과 섬세함에 감탄에 감탄을 반복하며 읽었던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사실 제목을 통해서 대충 이야기를 유추할 수 있을 만큼 제법 긴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끝 문장을 읽을 때까지 끝을 예상할 수 없는 <이웃집 아이를 차로 치고 말았어>. 단 하나의 복선도 허투루 수거하지 않는 그렉 올슨의 글쓰기와 그의 심리 범죄 스릴러에 큰 매력을 느끼게 해 준 <이. 차. 말.>. 읽는 내내 여러모로 화도 내고 슬프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더 꼼꼼하게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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