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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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시 에이이치 가족은 얼마 전에 새 집을 구입했다. 아, 여기서 ‘새 집’은 새로 지은 집이 아니고, ‘새로 이사 온 집’이다. 건물은 곧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무척이나 낡은, 그야말로 고가. 그런데 뜻밖에도 에이이치의 부모님은 이 집에 꽂히게 됐고, 자리에서 곧바로 집과 땅을 매입했다. 그것도 무척 특별한 집을. ‘ 하나비시 부부가 처음으로 산, 게다가 생애 유일한 집에 될 ‘내 집’은 가게가 딸린 주택인 것이다. 그들의 ‘새 집’, 그러니까 그 가게 딸린 낡은 집은, 건물의 옛 용도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낡은 간판이 하나 달려 있었다. 고구레 사진관,이라고 적힌 간판이.


원래 사진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기 때문에 일반 가정집과는 많이 다른 구조를 가진 옛 사진관 건물에서 생활하기 시작한 에이이치 가족. 그런데 에이이치는 뜻밖에도, 옛 고구레 사진관을 기웃거리는 한 여학생을 만나게 된다. 늦은 시간에 마주했으면 유령이라고 오해했을 만큼 창백하고,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여학생. 그런데 에이이치가 옛 고구레 사진관 건물을 나오는 것을 보고, 다짜고짜 그에게 다가가 사진을 하나 건네더니 말한다. 난 너희 가게 사진 때문에 피해를 입었어. 도망쳐도 소용없어. 이건 무슨 일이지?


나왔어? 유령 말이야. 고구레 씨 가게. 나왔어, 그 할아버지 유령? 고구레 사진관의 옛 주인이자 이미 세상을 떠난 고구레 할아버지의 유령이 가끔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본 사람도 여럿이라 이미 그 장소는 ‘유령이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에이이치에게 건넨 사진은, 마치 ‘심령사진’인 듯했다. 사진을 찍던 그 당시에는 함께하지 않았지만, 사진을 인화하고 보니 함께 찍힌. 그런데 그 기묘한 사진 속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에이이치는, 그 미스터리한 ‘심령사진’의 비밀을 풀겠다고 결심한다. 사진 속 여자 얼굴이 뭔가를 호소하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마치 사진에 의지가 있어서. 과연 에이이치는 비밀을 풀어낼 수 있을까?


<고구레 사진관>을 읽게 된 동기는 간단했다. 미유키 작품 사상 최고로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등장하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모여 가슴을 뒤흔드는 거대한 감동’을 선사한다는 말에 마음을 빼앗겼으니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아기자기하고 감동스러운, 뭔가 판타지 요소도 살짝 가미된 책을 예상했다. 그런데 <고구레 사진관>을 몇 장 읽지 않아, 이 책은 상당히 ‘사랑스러운’과 ‘아기자기함’이라는 단어와 제법 거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이라는 단어는 어디까지나 ‘미유키 작품’이라는 한도 내에서만 적용된다는 것도.


<고구레 사진관>를 요약하자면, ‘심령사진’이라는 묘한 사진을 가지고 주인공인 에이이치가 그 당사자들을 만나면서 사진과 관련된 정보들을 모아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 그 비밀을 파헤쳐 스토리를 완성시키는 것을 중점으로 두고 이야기는 전개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말하고 싶어 한다. 비밀을. 무거운 짐을. 이 문장이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고구레 사진관>이 그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모두 다 같다. 저마다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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