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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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너그러워져볼까. 다른 사람이 그렇게 안 해주면 나부터 좀 그래볼까(26). 경험을 통한 깨달음의 과정을 이렇게 솔직하게 적은 책이 과연 존재할까?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빼고. 숨 가쁘게 달리다 의도치 않게 멈춤을 선택해야만 했을 때, 모든 사람들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해야 한다. 불안해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거나, 편한 마음으로 아무것도 안 하거나. 솔직하게 말하면, 김신회 작가님처럼 나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만 같이 여겨져서. 그런데 김신회 작가님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에 되었을 때 자신이 깨달은 것을 책으로 묶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구나>라는 책으로 말이다.


지위에 대한 불안은 성공적인 삶과 성공적이지 못한 삶 사이의 공적인 차이를 인정할 경우 치를 수밖에 없는 대가라고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 서술했다.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으로부터 생기는 불안이라는 녀석 때문에 남들의 시선에 맞춘 ‘성공적인 삶’이라는 틀에 맞추어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우리니까. 열심히 살면서도 불안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불안해하는, ‘쉴 줄을 모르는’ 현대인들. 그런 우리에게, 김신회 작가님은 조용히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를 괴롭히는 법만 배운다면 미래의 내가 너무 불쌍하잖아. 이만큼이나 살아온 내 인생이 허무해지잖아(6).


하루 종일 시간을 허비하면서 ‘생산적’이라는 말과는 거리가 먼 하루를 보낸다. 그러는 동안 조금씩 나에게 관대해지는 법을 배운다(89). 생각해보면 나는 나에게 참 못되게 군다. 만약 ‘나’라는 존재가 타인이었다면 과연 그렇게 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 건강에는 좋지 않을 게 분명한데도, 그걸 수락할 시간은 없을 텐데도 몸 생각하지 않고 꾸역꾸역 한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속 작가님의 모습에서 가끔 내 모습을 보았다. 그런 나에게 작가님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걸, 칭찬하는 걸, 그동안 고생했다고 다독여주고 걱정 말라고 위로해주는 걸 해 보는 건 어떻겠냐고 묻는다. 이제껏 잘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설혹 좌절하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나라면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146).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를 읽는 내내 행복했다. 진짜로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책 속에서 느꼈기 때문일까. 이왕 쉬는 거 제대로 쉬고, 불안에 떨지 않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끼는 나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결정을 했다는 걸, 이런 선택을 했다는 걸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때론 후회해도, 끝까지 나를 믿었으면 좋겠다.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기를 바란다. 그럼으로 인해 각자가 세상의 시간이 아닌 나만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295).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데 이 책이 그 여정의 시작을 함께해주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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