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성격이 무뚝뚝하고 거칠었지만 미코시바는 그에게서 속죄의 의미를 배웠다. 자신의 삶에 한 줄기 빛이 내린 것도 이나미 덕분이었다. 그런 이나미가 사람을 죽이다니. 꿈에도 상상 못 할 일이다(55). 법정에서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최악의 변호사’라는 호칭을 가지게 된 미코시바 레이지. 덕분에 무척 높은 수의 승률을 가지게 되어 변호 잘 하는 변호인으로 유명해지게 되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뒷말 많고 소문 나쁘기로 유명한 변호사가 되었다. 한편, 어린 시절 한 소녀를 죽이고 소년원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체 배달부’라는, 변호인으로서 불명예스러운 이름까지 얻게 된 미코시바. 신임이 떨어져 의뢰 수도 점점 떨어져가는 그에게, 갑작스러운 소식이 하나 들려온다. 자신을 갱생시킨 과거의 교관이 사람을 죽였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사건에서나 침착함과 냉정함을 잃지 않았던 미코시바. 마치 불나방처럼 사전조사 없이 그 일에 무작정 뛰어든다. 구해줄 것 같다, 로는 안 된다. 반드시 구해야 한다는 말을 되뇌이며(141).


그런데 이나미는 변호사를 만나기 전부터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처벌을 원한다는 말까지 법정에서 말한다. 자신에게 살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은 변호인 미코시바를 탐탁지 않게 보는 판검사들에게 악영향을 주어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차례 주의를 주려 했던 미코시바.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처벌받기를 원하는 의뢰인. 지금껏 수많은 안건을 맡아 왔지만 이번 의뢰인이 떠올릴 수 있는 의뢰인 중 가장 최악이다(110). ‘최악의’ 의뢰인이자 자신을 갱생시킨 이나미를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쓰는 미코시바.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미코시바가 알지 못하도록 숨기려 하는 이나미. 평판 나쁘기로 유명하지만 실력 하나는 끝내주는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는, 과연 그의 은인이자 평생을 속죄해야하는 대상인 이나미를 구해낼 수 있을까?


속죄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러니까 참회를 말로 하지 마라. 행동으로 보여(275). 이런 가르침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전직 교관이 살해를 저질렀다는 것으로 시작되는 <은수의 레퀴엠>. <추억의 야상곡>을 통해서 미코시바 변호사를 처음 만났던 나로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전작을 읽어보면서 궁금했던 그의 과거를 더 자세하게 아는 데 도움을 주어 <은수의 레퀴엠>이 반가웠다. 피도 눈물도 없는 것 같아 정을 붙일 수 없었던 미코시바 변호사의 사람다운 모습과 그가 처음으로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진 듯한 인상을 여러 번 준 <은수의 레퀴엠>. <추억의 야상곡>보다 훨씬 더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덧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은수의 레퀴엠>. 아직 읽어보지 못한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의 맨 처음인 <속죄의 소나타>의 후속 느낌인 <은수의 레퀴엠>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와 관련된 설명이 미코시바의 독백이나 생각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되었기 때문에 읽는 것에는 무리가 없었다. 다만, 미코시바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속죄의 소나타>를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언제나 음악이 등장하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언제나 끝을 알 수 없고, 결말을 예상할 수 없을뿐더러 복수와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라 한 번 손에 잡으니 놓을 수가 없었다. 혹, 예상 가능한 결말이라고 해도 그 결말을 향해 미코시바 변호사와 함께 수사해나가는 과정과 그의 비범한 머리에 감탄을 연발하다 보면 어느새 <은수의 레퀴엠>에 푹 빠진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스터리와 서스펜스 소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잔인하지 않고 수사 과정에 흥미를 느껴 계속 찾게 되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은수의 레퀴엠>이 시리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