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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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려나. 음식 앞에서 위장부터 반응하는 사람은 그 행복을 조금 더 강력하게 느끼는 사람일 뿐이다. 이토록 맛깔스러운 음식 묘사는 본 적이 없었다. 텍스트를 읽기만 하는 것인데도 상상력이 뻗어나가 그 음식을 먹고 있는 나 자신이 연상되었다. 고기, 라면, 샌드위치, 단팥빵, 컵라면, 무, 두부, 그리고 그 외의 음식들. 읽다가 순간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방금 점심 먹고도 또 입맛을 다시고 있는 거냐고!


‘만족’이라는 단어는 고기구이를 위해 존재하는 말이다.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의 저자 구스미 마사유키는 먹을 줄 안다. 이때 ‘먹을 줄 안다’는 말은, 말 그대로 먹을 줄 안다는 게 아니다. 그는 음식을 먹되, 즐기면서,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먹는다.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하는 것, 그것이 ‘먹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 중 끝판 왕이자 보스들만이 느끼는 감정이다.


면을 후루룩, 국물을 끊임없이 흡입한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릇의 밑바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국물은 바닥나 있고, 대신에 마음이 가득 차 있다.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속 소소한 즐거움은, 식탐 없는 독자마저도 입맛을 다시게 하는 그 묘사뿐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음식과 그때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그려냈다는 데 있었다. 정신없이 면발을 흡입한 다음의 포만감을 이렇게 표현하는가 하면, 소리 내면서 먹는 라면의 진정한 맛과 즐거움은 이렇게 표현한다. 떠들썩함 속에서 라면을 후루룩후루룩 소리 내어 가며 먹는 게 맛있다. 그러다 국물을 살짝 들이켜면 아, 맛있다,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해진다.


음식 먹는 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구스미 마사유키의 식욕 자극 에세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를 읽으면서 원초적인 즐거움과 만족감을 사랑하는 저자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이렇게 좋아할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도 얻음과 동시에 부럽기도 했다.


강력한 냄새에 자극되어 흥분한 채로 허겁지겁 먹다 보면 맛은 나중에 따라온다. 후각을 찌르는 냄새에 중독되면 이성이고 매너고 없는 야만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때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만족감과 확실한 행복감을 온몸으로 느낀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식사다. 설령 완벽하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해도, 언제나 우아하고 품격 있는 식사와 자세를 강조하는 책들보다는 이렇게 인간미 넘치고, 때론 ‘어!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데!’ 싶은 순간이 기록된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가 끌리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식욕 자극은 둘째 치고, ‘먹는 것’에 ‘솔직함’을 더해 ‘인간미’ 넘치고 ‘공감’할 수 있는 에세이가 완성되었다는 것에 무척 큰 기쁨을 느낀다.


정말로 맛있는 음식이란 입으로 들어온 감칠맛과 그에 따라오는 추억이 더해졌을 때 완성되는 것 아닐까. 맛과 기억은 깊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느끼는 맛은 백이면 백 모두 다른 게 당연하다. 각자가 행복해하는 맛을 찾아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결국 먹는 즐거움을 배우고 깨닫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디테일과 솔직함을 무기로 나를 사로잡은 식욕 자극 에세이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이런 부류의 책에 매력을 느끼는 건 또 오랜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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