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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ㅣ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472년간의 역사를 날자별로 기록한 편년체 역사서인 <조선왕조실록>은 현장의 생동감이 그대로 살아 있다.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당시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자랑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은 <조선왕조실록>. 다른 그 어떤 나라에서도 만날 수 없는, 왕의 그 모든 ‘사소한 순간’마저도 기록된 유일무이한 책. 피를 흘리며 왕위에 오른 카리스마 태종 이방원이 말에서 떨어진 뒤 ‘기록하지 말라’고 한 것까지도 기록한, 연산군 앞에서 목숨을 걸고 사실만을 기록한 모든 사환들의 피와 땀이 담긴 책.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훌륭하고도 자랑스러운 <조선왕조실록>을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삼국지>와 <초한지>는 읽었으면서, <조선왕조실록>은 읽지 않았다니!
역사상 존재한 수많은 나라들 중에서도 이렇듯 긴 수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위대한 기록 유산의 존재와 조선이라는 나라의 제도, 즉 시스템과 정신에 있다. <조선왕조실록> 역시 조선이라는 나라의 긴 수명에 이바지했고, 이로써 역사적인 연구와 옛 풍습에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기록이 남아있다는 것은-얼마 전 <역사의 역사>를 읽은 나로써는- 정말 큰 유산이고 보배다. 왕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이건 기록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까지 적혀 있는 이 책. 과연 <조선왕조실록 1> 태조 편에는 무엇이 적혀 있을까?
<조선왕조실록>에 담긴 역사 하나하나는 단지 흥미 있는 옛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되새기며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지식들이다. 고려 공민왕 때 처음으로 역사에 등장한 이성계. 당시의 흐름과 배경을 순서에 맞게 정리해서 이성계가 권력을 잡게 된 순간과 위화도 회군 과정, 조선이라는 새로운 나라를 건국하고, 아들들의 싸움 ‘왕자의 난’을 통해 아들을 잃고 양위하는 모습, 그리고 말년에 그가 눈을 감는 모습까지 기록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 1>. 그저 장군에 불과했던 그가 왕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와 우여곡절들이 담겨 있는 <조선왕조실록>.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지 않으면, 우리는 앞선 세대의 실패를 똑같이 되풀이할 수 있다. 솔직히 <조선왕조실록 1>은 재미있지 않다. 문체는 딱딱하고, 그저 역사를 나열한 것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조선왕조실록>을 선택한 이유는, 역사 속 흐름에 답이 있고, 선조들이 그들의 삶과 그 결과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교훈이 분명히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 1>은 그것을 느끼도록, 태조 이성계의 삶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최고의 책이다. 누군가 말했듯, 미래의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과거를 돌아봐야 하니까. 미래의 길을 찾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