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파파의 회고록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3
토베 얀손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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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게 ‘사건’이 일어났다. 내 삶에서 일어난 첫 ‘사건’이다. 이제 더는 헤물렌에게 의지하지 않겠다. 내 운명은 내 손 안에 있다! 온통 규칙과 규율만이 존재하는 삶을 살아온 무민파파. 종이봉투 속에서 발견된 이후부터 무민 보육원에서 자라온 그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사실, 조금 많이.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해답을 주지 않았다. 그저 성가시고 규율을 어기는 귀찮은 아이로 치부하고 단정했을 뿐. 그러던 무민파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통을 겪게 되고, 자신에게 있어서 궁금하고 필요한 해답을 얻기 위해선 보육원을 떠나, (꽤 있어 보이는) 탐험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 옮긴다. 유명한, 아주 유명한 탐험가가 된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하지만 탐험가의 길은 쉽지 않았다. 예상했던 대로 일은 흘러가지 않았고, 예상 외로 여정이 지체되기도 했으며, 무민파파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친구들의 발목을 잡기도 했고 때론 위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민파파는 절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설령 지체되더라도, 지금 당장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더라도. 자신의 상상을 실제처럼 받아들이는 이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 무민파파는, 시시각각 때론 곤란하게, 때론 난처한 상황에 빠뜨리는 이 미지의 세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험가로 나선다. 이것이 무민파파의 꿈이자 목적이었으니까.


<무민파파의 회고록>은 평생 걸리지 않던 감기에 걸린 무민파파가 죽음에 대한 불안과 삶에 대한 회의를 느껴 자신의 인생에 있었던 일들을 글로 적으면서 시작된다. 자신이 기록을 남겨야 모두들 알 수 있을 테니까. 때론 영웅처럼, 때론 ‘평범한’ 무민처럼-여기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등장해서 온갖 역경을 딛고 지금의 파파무민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도록 험난했고, 웃음 없이 읽을 수 없을 정도로 익살맞고 재치의 연속이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무민파파의 회고록을 통해, 자신의 후손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을 ‘불굴의 용기’라고 말하고 싶다. 안일함에 꿈을 잊고 저버릴 수도 있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불굴의 용기. 미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단번에 씻어내는 불굴의 용기. 거절과 비웃음에 무릎 꿇지 않고 오히려 ‘나중에 보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불굴의 용기. 한때 나도 삐삐 롱스타킹처럼, 무민파파처럼 나만의 길을 걷곤 했다. 비록 지금은 목적 없이 떠도는 방랑자, 나그네의 인생을 꿈꾸는 사람이지만, <무민파파의 회고록>을 읽고 오래전 잊었던 꿈을, 무모하리만치 찬란하고 용기 있던 그 때의 꿈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자신의 꿈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이들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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