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시에트에서 아르바트까지
김현택 외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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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방송을 통해 한자 교육의 당위성을 절감한 적이 있다. 우리글도 아닌 남의 나라 글자를 굳이, 왜 배워야 하느냐란는 생각을 한문을 좋아하는 나 역시 갖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방송 중반부부터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었다. 우리 역사의 많은 부분이 한자로 기록되었음이 전자의 이유이고 한자와 역사를 경시한 탓에 중국과 일본에 왜곡과 훼손의 빌미를 제공함이 후자의 이유였다. 남의 것을 빌려 쓰인 것이든, 남의 나라에서 쓰인 것이든 그것이 아픈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역사의 한 조각 한 조각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를 다른 누가 대신해 주지 않을뿐더러 반복될 수 있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 여행과 기록의 목적 그리고 당위성이 무엇인가를 밝히고 있는 부분이다. 러시아에 기록된 역사의 흔적을 기록하는 것,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마지막 안간힘이자 최소한의 예의가 여행 에세이<포시에트에서 아르바트까지>인 것이다.

러시아 전역에 산재한 한인의 흔적과 그 시작은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흔히 알고 있는 강제 이주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무리가 상당해 집성촌을 이뤘으며 일제강점기에는 항일운동과 의병 활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 이주한 한인들의 해방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는지도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많은 부분이 (모든 것을 생략한 채) 비석 하나로 대체되거나 주차장이 들어서는 등 그 흔적이 희미해지거나 아주 사라져 버렸다. 더 무서운 것은 무지와 무관심이 계속되는 한 이 흔적 소실은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이다.

하지만 없던 관심이 하루아침에 생길 리 만무하고 더군다나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에는 우리의 오늘, 하루가 너무 버겁다. 그래서 책<포시에트에서 아르바트까지>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제안이 될 수도 있다. 이 여행 에세이가 담은 이야기의 방향을 바꿔보는 것이다. <아르바트에서 포시에트까지>로 말이다. k-pop과 드라마, 영화 그리고 음식과 브랜드까지 현재 러시아인들이 열광하는 우리의 것을 확인하고 느껴보는 것부터 시작해 한국사의 점점을 이어보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확인하고 가능케 할 만큼의 방대한 자료를 담고 있다. 다만 사소한 오류가 아쉬울 뿐이다. 저자는 후반부에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마지막 장까지 흥미롭고 가슴 뜨겁게 읽은 독자로서 전문가들에게 '소소한 오류라도 사소하게 넘기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는 부탁의 말로 감상과 소감의 끝을 맺고 싶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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