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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뉴욕공공도서관 지음, 배리 블리트 그림,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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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건배할 수 있나요?

인터넷 검색 시대 이전 사람들은 엉뚱발랄 궁금증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때 그시절 뉴욕도서관 사서들이 검색엔진 역할을 했다. 한번에 후루룩 읽을만큼 재밌지만 야금야금 아껴읽기 좋은 책. 참고로 목차는 없으니 그냥 펼쳐진 면을 순서 없이 읽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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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아흐메드 사다위 지음, 조영학 옮김 / 더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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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신이 없는 영혼과 영혼이 없는 시체가 하나가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바그다그의 프랑켄슈타인>은 공포소설이자 사회소설이다.

섬뜩하면서도 애처롭고 슬프면서도 웃기다.

 

폭탄테러와 죽음이 일상화된 바그다드.

그 속에서 실종된 아들을 기다리는 아시리아기독교도 할머니,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부동산업자와 폐품업자.

권력에 빌붙어 살아가는 언론인과 그의 꼭두각시

구체제서부터 악착같이 권력을 쥐고 있는 비밀기관 국장 

그리고 "인종, 성별, 나이 상관 없이" 누군가의 시신을 모아서 만든 프랑켄슈타인 등

혼란 속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전쟁 후 혹은 전쟁 중인 바그다드의 실상을 보여준다.

 

복수는 복수를, 폭력은 폭력을 부르는 혼란 속에서

프랑켄슈타인은 그저 "살아남기"위해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인터뷰까지 한다.

심지어 인터뷰를 읽다보면 프랑켄슈타인의 잔인한 살인이 이해되고 그의 논리에 설득당한다.

 

미군과 이라크 군인들은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테러범"을 고분분투하고

점성술사까지 동원한다.

그 와중에 소시민들은 그저 삶을 이어간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고 가독성이 좋아 술렁술렁 넘어가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프랑켄슈타인의 "유일한 변명"처럼 모두 삶에 대한 집착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몸부림치는 것은 아닐까? 더불어 조각난 시신을 모아 장례라도 제대로 치루게 하고 싶었던, 선의 아닌 선의를 가진 폐품업자 하디의 결말도 아이러니하다.

 

덧.소설은 아랍어 원문이 아닌 맨부커 인터내셔널 후보작이었던 영문판을 장르소설 전문 번역가 조영학 선생님이 번역하였다.

 

 

 

 

 

"내 얼굴은 매일 바뀐다. 나한테서 영속적인 것은 살아남아야겠다는 욕망뿐이다. 살상을 하는 이유는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이다."그날 밤 무명씨는 점성술사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의 유일한 변명이었다. 꼭 죽어야 한다면 왜 죽어야 하고 죽은 다음에는 또 어디로 가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삶에 집착했다. 다른 사람들, 심지어 생명과 신체 부위를 제공한 사람들보다도 더 죽지 않기 위해 몸부림쳤다. 요컨대 두려움 때문이다. 그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지 않았으므로 자신이 더 살 가치가 있다는 논리였다. 승산이 없다고 해도 적어도 저항은 했어야 했다. 항복은 영예롭지 못한 처사다. 게다가 그냥 싸움이 아니지 않은가!목숨을 지키기 위한 전투, 바로 이 생애에서 싸울 가치가 있는 유일한 싸움이란 말이다!(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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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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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페이지가 넘는 본문보다 책 앞쪽에 실린 추천의 글이 더 좋다. 내용도 기대 이하지만 "할보(할아버지)" "할모(할머니)"라는 괴상망측한 단어가 읽는 내내 거슬렸다. 애팔래치아 사투리를 적절히 표현하고자 고민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아니한 만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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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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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씻김굿의 희생양˝이라는 얼토당토하지 않는 망언이 쏟아져 나오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제대로˝된 민중항쟁의 기록을 읽고 싶으시다면..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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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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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5월 광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광주 사태""폭도"라는 표현이다. 몇 년이 지나고는 "그때 동네사람들이 거리에 솥을 걸고 밥을 해서 나눠먹었대. 그렇게 인심이 좋은 동네야, 광주가"라는 광주에 친척이 있던 친구로부터 들은 미담과 당시 가톨릭 신부들이 찍었다는 기록물을 본 사촌오빠가 들려준 공수부대의 끔찍한 만행이 뒤섞여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1997년 국가 기념일이 되어 매년 5.18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렸어도 여전히 영화나 소설을 통해 접한 가공된 정보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37년이 흐른 2017,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 넘어)>를 읽고 나서야 비로써 980518일에서 527일까지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게 되었다. "" 광주였으며 "" 1980518일이었는지, "" 시위대는 시민군이 되어 무력 항쟁을 했는지 그리고 "" 군인들은 거리낌 없이 같은 국민을 학살했는지 "" 80년대 "반미 감정"이 타올랐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접하고 이해하게 되면서 "이야기"에서 "역사"로 다가온다.

 

<넘어 넘어> 일별 기록을 통해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달하며 지도를 첨부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편집후기에 나왔듯이 초판은 시민의 증언과 기록만으로 집필되었으나 개정판에서는 이후 밝혀진 자료와 5.18 재판 결과를 반영하여 역사적, 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하는 데 추점을 맞추었다(p584).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기록이지만 문체가 딱딱하지 않아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분노와 슬픔, 공감과 이해로 쉼 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무엇보다 평범한 시민이었으나 희생자로, 증언자로 그리고 참여자로 기록된 한 분 한 분의 성함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이름과 나이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질 것이다.

 

(5월 민중항쟁은) 즉흥적이고 우발적인 계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 '우발적인 계기의 연속'을 통해 '특정 집단이나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지만 민중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힘"이 폭발적으로 분출돼 억압체제를 무너뜨렸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p272).

1980527일 새벽 계엄군의 전남도청 장악으로 끝난 5월 민주화 운동은 미완의 혁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민중의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힘"을 지난 겨울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 시위에서 다시 경험했다. "망각"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제대로" 기록된 역사를 읽고 기억하고 삶을 통해 실천한다면 5월 항쟁은 완성된 혁명이 되리라 믿는다.

 

더불어 <넘어 넘어>를 읽다보면 5월 항쟁이 아픈 역사가 아닌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절대공동체의 정신적 연대의 기반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p273)"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끝부분을 읽을 즈음 전남도청의 복원 소식을 들었다. 200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방송실을 철거되고 총알 자국이 사라지는 등 훼손되었던 전남 도청이 원형 보존된다고 하니 반갑고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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