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남편은 소유욕이 없는 자연인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다.남자 목욕탕에 있는 똑같은 대용량 로션을 집에서도 사용하고 있으며 한 여름에도 선크림 같은 것은 바르지 않는다. 한 벌 있는 청바지가 출근 룩이며 겨울에는 청바지 안에 타이즈만 챙겨 입을 뿐이다. 손 씻을 때도 물만 사용하고 잘 씻지도 않고 꼬박꼬박 이를 닦지도 않는 진정한 자유인이다. 체크카드 하나면 충분하다며 혜택 좋은 신용카드를 만들지도 않고 용돈을 더 달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는 현금서비스와 소액 신용대출을 제외하고도 대출이 7개나 되는 다중 채무자이며 연평균 이율은 20%가 넘고 누군가의 월급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월 이자로 내고 있었다. 또한 집에 숨겨둔 두 개의 핸드폰으로 문화상품권을 구입하고 업체에 20%나 낮은 가격으로 팔며 돌려 막기를 하고 있었고 하루에 2만 원씩 매월 60만 원 정도를 과일 향이 나는 비싼 담배를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결혼 3년 만에 오랜만에 찾은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서 남편의 실태를 알게 된 것이다. 남편은 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넉넉하게 사용할 돈이 있었던 것이었다. 대출을 통해서 말이다. 심지어, 차는 꼭 본인 명의로 하고 싶다던 남편은 자동차 담보대출까지 받았다는 것은 일을 수습하면서 알게 된다. 그는 직장 생활 3년 만에 3,000만 원의 빚을 졌고 매월 카드사와 대부 업체의 빚 독촉에 시달리다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겨우 해결한다. 이후에 누나가 관리해 주던 급여 통장을 돌려받자 다시 나쁜 행동을 되풀이하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유흥으로 풀기 시작했고 기존에 갖고 있던 빚에 새로운 빚이 더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손바닥으로 하늘을 막고 있던 서른여섯이 되는 해에 보모님의 압박으로 어른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빚을 숨기고 결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이런 숨 막히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고 했는지 또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담백하게 기록한 에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돈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남편을 잘 가르치고 다독이며 무너진 가정을 다시 일으키는 현대판 평강 공주를 보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