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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
이원흥 지음 / 유영 / 2022년 11월
평점 :
같은 날 다른 품위에 대한 두 가지 글을 읽었습니다.
첫 번째 품위는 자신이 하는 일의 규모를 애써 늘이지 않습니다. 생활을 유지할 만큼의 돈만 벌고 마음의 여유를 충분히 누리며 천천히 살아갑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입니다.
처음과 다른 품위는 부조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고 낑낑대며 안간힘을 내고, 고귀하지 않은 진흙탕에서도 꿋꿋한 의지를 세우고, 비겁하지 않고, 목표를 잊지 않고, 진전시켜 나가가는 매 순간의 분투입니다.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는 두 번째 품위입니다.
1993년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첫 출근하셨고, 현재는 농심기획에서 제작 총괄로 일하고 있는 30년 차 카피라이터 이원흥 작가님입니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삼성)
싸니까! 믿으니까! 인터파크니까! (인터파크)
레드가 섹시한 줄 알았다. 아니다. 화이트다. (미샤)
오징어 없는 짬뽕이 짬뽕이니? (오징어짬뽕)
등 수많은 가피를 썼던 분입니다.
다 열거하지 않았지만 기억나지요.
미친 듯이 외웠던 수학 공식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너무 생생하게 기억이 나서 웃음이 납니다. ㅎㅎ
언제가 방송에서 이현세 선생님이 재능과 노력에 대해서 말하면서 천재도 슬럼프가 온다. 그때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살았으니 저도 두 번째 품위를 지키기 위해서 시퍼런 칼을 갈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만일, 그때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를 읽었다면 어땠을까요. ㅎㅎ
글은 신입 사원이 된 딸에게 하는 말로 시작합니다.
"딸아, 기억하렴. 너는 실패할 것이다. 좌절할 것이다. 정당한 노력이 무시될 것이며 눈부신 기여는 남의 공로가 될 것이다. 너를 싫어하는 이유를 끝내 알지 못하는 채로 너를 싫어하는 동료들과 일하게 될 것이고, 너로서는 억울한 오해와 억측의 수군거림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에 직면할 것이며, 누구에게 물어도 답을 들을 수 없는 시간이 예고 없이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일하는 자의 기본값이다." 19p
회의실에서 침묵을 지키는 후배에게 한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 회의실에서 너에게 n 분의 1만큼 기대되는 대답에 네가 침묵하거나 수동적이거나 소극적일수록 너는 일에서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거야. 일에서의 성장이란 게 무엇이겠어. 경험을 쌓아 가면서 자가기 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아닐까?" 31p
아들의 여자 친구를 위해 산타 복장 5개를 준비해 두었다는 친구 이야기, 나쁜 골프로 책을 세 권 출간했다는 친구 이야기, 무지무지 좋은 사람들과 무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무지하게 맛있는 거 먹는 삶. 그게 저 단무지의 꿈이라는 카피를 사용한 후배의 순진김밥 이야기,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이모님'이라고 불렀다가 참담했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 결국, 일을 왜 잘해야 한다고 묻는다면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내가 하는 일에서 동료들의 '예스'가 많아지고 '엄지 척'이 늘어갈수록 일하는 나의 행복지수도 동반 상승한다고 말입니다." 151p
" 아마추어는 좋아하기만 해도 된다. 프로는 좋아하기만 해선 안 된다. 내가 내 일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공부하고 논쟁하고 고민하고 연습하고 질투하고 시도하고 예측하고 환호하고 실패하고 좌절하고 또다시 싸워야 한다. 그 일을 즐긴다는 것이 결코 하하 호호만을 의미할 수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194p
반려동물 4마리 중에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나자 지인들이 '그래서' 반려동물을 못 데리고 온다고 했을 때, 고통이 있으리란 걸 안다고 해서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일과 삶의 정언명령이 아닐까. 사랑 이후에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랑을 찾아서 나는 더 잘 사랑하고 싶다. 195p
이 책은 지금 맞닥뜨린 나의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또는 처참한 2022년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2023년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꼭 읽어야 하는 자기 계발서입니다.
혹시, 두번째 품위를 지키고 계시는 분이라면 이 책 <일을 잘하고 싶은 너에게>를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