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소중한 세계 - 호미네 계절집
김희경.이지훈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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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달려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시골집으로 퇴근하는 수고로움 정도는 무시할 수 있는, 각자가 원하는 것들을 쌓아 올려 만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집에서 사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광고 회사와 방송국 등의 여러 매체에서 소개된, 바로, 그 집에 사는 집 주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호미네 계절 집이다.

남편보다 호미질, 삽질을 더 잘해서 필명이 호미라고 한다.

사진만 봤다면 집이라고 생각 못 했을 것 같다.

생각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집 주인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


이 집을 지을 무렵에 여섯 살 딸인 오복이가 반복적으로 부르던 노래다.

"전기야, 전기야 어디까지 왔니"

농지였기 때문에 우물을 파야 했고, 전신주도 심어야 했고, 인터넷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지만 불빛이 집 밖으로 퍼져 나오는 날에 로봇에 생명을 불어 넣은 과학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호미네 계절 집의 다채로운 계절은 집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집 안에 깊숙한 곳까지 있다.

거실, 침실 등 대부분의 공간이 남향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겨울에는 깊은 볕이 들어와서 아득하고, 여름에는 볕이 창틀을 넘지 않아 시원한 집이다.



잔디는 남편이 관리하지만, 세상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처음이라며 하루 종일 정원을 가꾸는 아내의 적극적인 육체노동이 가득 담겨 있는 정원에 봄꽃이 피었다.


창의 크기, 길이, 높이까지 집 주인의 마음과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액자 같은 창문이 지나가는 발길을 붙잡는다.

바로 그 순간, 집 지을 때 느꼈던 고난이 잊히는 것 같다고 한다.

집에 정수기는 없어도 전기 정화 장치는 있다고 툴툴거리는 대화도 있고, 음향에 필요한 것이라며 굵기와 색깔의 단체로움이 가득한 선들을 작업하는 순간에는 공간이 좁다는 생각에 초라해 보이기도 하지만, 딸이 조용히 하라고 할 때까지 볼륨을 마음껏 높일 수 있는 곳인 남편의 음악 방도 있다.



부부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첫 해외여행을 가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에 시달리다가도 땅을 보러 다니는 이야기까지, 각자의 시선에서 같은 공간을 다르게, 같은 시간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이곳은 계획하지 않았던 일이 생기는, 그래서 집을 촬영 장소로 대여하기도 하고, 새로운 손님이 찾아오기도 하고, 웅장한 냉장고 소리에 잠자던 손님이 도망가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아내는 매일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대 자연에 시선을 보내며 서로에게 무의미한 시선이나 편견을 보내지 않는 마음이 편한 삶을 살고 있다.

남편은 시간을 아낀다고 멀티태스킹을 하려고 시도했던 강박적인 하루에서 벗어나서 어색하리만큼 새롭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술을 연마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미분양 관리지역 등의 단어는 올해 들어 실시간 뉴스에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이다. 더 많은 단어들이 있지만 굳이 표현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이런 현란한 단어들 속에서 전혀 다른 모습의 부부이지만 자신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쌓아서 만든 '집이라는 소중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며 곁눈질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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