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위의 낱말들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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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꼼지락거리며 글을 쓴다는 작가의 소개에 비해 10권 이상의 책을 출판한 기록은 전혀 조화롭지 못했다. 결국 책을 끝까지 다 읽고서야 아무 데나 갖다 놓아도 마음만 먹으면 글을 쓸 수 있는 기자 생활을 15년이나 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여자라는 것까지 말이다. 출간한 책의 권 수만큼 유명하신 분인데 나만 몰랐다. 나는 어디에서 뭐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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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글자 위에 박혀 있는 반짝이는 점이 달일까요. 반짝이는 저 달은 초승달이까요. 그믐달일까요. 이런 농담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책의 표지가 살짝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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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의 너는 두레박을 내렸다"라고 시작하는데 여기서부터 누군지 모르는 너가 계속 나온다. 일곱 살에서 시작한 너는 서른 살이 되어 프랑스에 도착하고 다시 너는 작고 어두운 원룸에서 창밖에 있는 꽃봉오리를 보며 사전에서 터질 폭(爆)을 찾아 불 화(火)와 사나울 폭(暴)이 만나서 만들어진 말이라며 "여리고 가냘픈 꽃망울이 겨우내 불을 품고 있다가 팡 터져 나오는 것"으로 표현하며 세상에서 터지는 것들을 되뇌고 있는데 나는 계속 너가 누구인지를 몰라 헤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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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을 말하며 "질서로 자신의 세계를 지배했거나 혹은 질서가 그의 세계를 지배했다"라고 말할 때에도 또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사진이 나올 때에도 룸메이트가 떠나고 "그의 부재가 곧 그의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말할 때에도 그곳에는 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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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사멧 섬에 가서 애플 미트와 라임이 듬뿍 들어간 모히토를 마실 때 그 카페의 바텐더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며 "그가 지닌 행복은 너를 부끄럽게 하지도 않았고 시샘을 느끼게 하지도 않았고 파도처럼 일렁이며 공기를 흔들어 너에게로 전해지는 행복"이라고 말할 때에도 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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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만 아일랜드에서 망망대해 바다 한가운데에서 구명조끼 하나에 생명을 맡겼을 때 "그날 너는 우주 같은 바닷속에서 먼지 같은 너를 겪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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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쾅시 폭포에서 흘러 내려온 물속에 잠겨 있는 한 그루 나무를 보며 "너는 생각했다. 거품이 가라앉고 난 이후의 진실과 묵도할 준비가 되어 있을 않을 뿐이라고" "가혹하고도 아름다운 일상이 너를 몰아가리라는 것을, 네 삶은 여전히 겨울을 통과해 가고 있다는 것을 아프게 인지" 하는 순간에도 라오스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너의 조그마한 슬픔은 아마도 그것으로 한동안 조그마한 위안을 품으리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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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친구를 만나 누군가를 탓하고 미워하는 원망(怨望)과 먼 앞날의 희망이 원망(遠望)이고 아는 것이 많아지면 바라는 것도 많아진다고 하여 원망(願望)의 세 가지 감정이 네 속에서 부딪치며 파괴되고 합해져서 폭발하는 순간에 친구의 눈물을 보며 "네가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너는 깨우쳤다"라며 마음에 새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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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 도달할 때까지 나오는 너는 마치 성경을 처음 읽은 사람이 삼위일체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당연히 작가가 너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이 엄마 뱃속에서 삼위일체를 배운 나는 당연히 이해하고 받아들인 것과 같으나 여기서 너는 나를 상당히 헤매게 만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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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는 여백을 꽉 채운 일러스트가 편안하고 안정감을 주고 있고 소파라는 제목으로 물건에 대한 낯가림을 설명하며 우여 곡절 끝에 맞이한 다섯 번째 소파의 연대기가 완성되었다며 이 연대기에는 소파들이 아니라 고의적이거나 또는 자발적으로 생각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작가의 인생에 참여한 친구들을 말하며 써 내려간 무려 4장의 글을 읽으며 감탄이 저절로 나왔고 이후에 계속 나오는 토끼, 전화기, 피아노, 카메라 등으로 4-5장씩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며 꼼지락거리며 글을 쓴다는 소개와 맞지 않게 10권 이상의 책을 출판한 유명한 작가의 글에 대한 충격적인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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