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윤슬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2020년 초판을 발행하고 15만 부 기념 윤슬 에디션으로 다시 선보인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받았다.

​

동경하는 민트와 처음 보는 블루의 적절한 조합과 깊이 숨겨두고 사랑하는 윤슬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하드 케이드는 밝고 가볍다. 그것은 이 땅에는 육신이 없지만 아직 이 땅에서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완서 작가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땅에 육신이 없어 윤슬과 같은 그녀이지만 그녀의 글은 남아 묵직한 하드케이스처럼 내 앞에 있다.

​



​

1970년 아무튼 어느 날 단골 미용실에 앉아 머리를 하며 뒤적이던 <여성동아> 잡지에서 여류 장편소설 공고를 보고 가슴이 두근대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하여 하루 꼬박 40장씩 글을 쓰는 중노동을 시작하여 1,200장 <나목>이 당선되고 상금 50만 원을 받았지만 모든 것이 끝난 것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공허함이 찾아왔고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 일인지를 깨닫게 되고 <나목>이 태어난 것이 작가가 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나 준엄한 각오가 아니라 중년으로 접어든 여자의 허기증에서 시작된 것이라 표현한다.


엄마에게 복잡하고 한자 획수가 많은 이름이 어렵다고 투덜대자 밤 열 두시에 태어난 여아의 이름을 짓기 위해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머리를 맞대고 옥편을 찾아가며 지은 이름이라는 말을 듣고 이름에 대한 불평은 쏙 들어가고 그 새벽에 머리를 맞대고 있었을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생각하며 태어날 때부터 존중받고 사랑받았다고 확신하며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며 하느님이 그런 인간을 창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한다.

​

엄마는 맹장으로 생각되지만 당시 시골에서 민간요법을 찾다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남편 앞에 자식들은 어떻게든지 공부를 시키려는 마음에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는 종갓집 맏며느리의 지위를 박차고 어른들의 진노와 비난과 억측을 등지고 서울에 가서 곤궁하고 비참한 생활을 하지만 자녀는 서울 토박이 중산층 동네를 낀 학교에 입학을 시키고 먼저 공부를 시작한 오빠가 좋은 곳에 취직을 하고 빈민촌을 벗어나고 못된 며느리에서 잘난 며느리로의 칭송을 받는다.

​

그렇게 독하게 떠나온 고향땅이 6.25 휴전 협정 후 새로 그어진 휴전선에 의해 갈 수 없는 땅이 되고 엄마는 90세 세상을 떠나기까지 지독하게 그리워하며 죽어서도 고향에 묻히고 싶어 했으며 서울에서 시골뜨기로 받은 곤욕이 지워지지 않아 멍에와 상처와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글을 쓰게 된 것은 시골뜨기 근성에 의한 것이라며 고향은 모순적인 존재라고 표현한다.

​

외국 여행 중 공항에서 찾지 못한 여행 가방을 생각하며 그 가방 안에는 1980년대 나라의 궁핍과 자신의 나태가 고스란히 들어 있는데 그 가방을 연 사람의 기대는 실망과 경멸로 변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집은 인생의 마지막 여행 가방이라며 끼고 살던 물건들은 남 보기에 하찮은 것이라 단순하고 소박하게 사느라 애를 썼지만 일생을 끌고 온 마지막 인생의 여행 가방을 열어보실 분은 주님이시며 미련 없이 인생의 전체를 드러낼 때 주님이 위로해 줄 실 것이라고 기대한다.

​

여덟 살에 아버지를 잃고 남편을 먼저 보내고 1남 4녀를 낳았지만 장성한 아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태산 같은 고통을 겪으며 순서가 뒤바뀐 죽음이 주는 두려움을 알지만 남편과 아들이 잠들어 있는 천주교 공원묘지가 있고 곧 뒤따라가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그 후 1년 뒤에 태어난 손녀로 위로를 받았던 것을 오랜 사진을 정리하면 나온 사진 한 장을 보고 생각한다.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을 때 우두망찰, 꼬래비, 휘황한 등의 한 번도 보지 못했고 뜻을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사용하고 6.25를 겪어서 고향을 가지 못한다는 그녀는 윤슬과 같은 존재로 빛나고 있고 또 그녀의 소망처럼 뛰어난 이야기꾼이 되어 내 옆에 앉아 꽃무늬 이쁜 블라우스와 꽃 자수가 놓인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고 당당하게 핑크색 구두를 신고 온화하고 다정한 목소리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